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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전 고학생 검사돼서 돌아와"...지광옥 광명상사 대표
뉴스종합| 2011-10-04 10:15
5년 전 어느날,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성이 지광옥(58) 광명상사 대표 사무실을 찾아왔다. 일면식도 없던 낯선 남자의 방문에 지 대표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깊은 인연을 지닌 반가운 손님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인연은 31년 전 시작됐다. 당시 27살 젊은 청년이었던 지 대표는 미군이 쓰다버린 기계를 재생해 납품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회사가 훗날 제과ㆍ주방기기 전문업체인 광명상사로 성장했다. 열정 가득한 청년 사업가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1만5000원짜리 단칸방에서 지낼 만큼 생활이 고됐다.

그러던 어느날, 매일 식사를 배달해주던 식당 아주머니가 지 대표에게 어려운 사정을 털어놨다. 남편 없이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보내지 못할 형편에 놓였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한학기 등록금은 4만~5만원 정도. 월세 1만5000원의 단칸방에 살고 있던 지씨에게는 매우 큰 돈이었지만 그는 “내가 아들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로부터 3년 동안 매학기 등록금을 대신 내주었다.

5년 전 지 대표를 깜짝 방문한 주인공은 바로 지 대표에게 등록금을 받았던 고등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세월이 흘러 어엿한 검사가 됐고 수십년 간 전하지 못한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지 대표를 찾아왔던 것이다.

“매일 식사시간이 한참 지나서 주문을 해도 웃는 얼굴로 배달을 해주던 아주머니에 대한 선의였죠. ‘기부를 해야겠다’는 거창한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게 내 생애 첫 기부가 됐네요”라고 말하는 지 대표. 그는 첫 기부 이후 현재까지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이나 불우이웃을 위한 매년 수천만원을 기부 하는 ‘기부 중독자’의 삶을 살아왔다.

▶가난한 청년 사업가, 국내 대표 제과ㆍ주방기기 전문업체 CEO가 되다=지 대표는 24살이었던 1977년 서울 회현동에 제과주방기기업체를 창업했다. 미군이 쓰다 버린 주방 기기를 재생해 국내에 납품하는 일이 첫 시작이었다. 든든한 배경도, 많은 자본도 없었던 지 대표는 기술을 직접 배우고 익히며 손수 사업을 일궈갔다. 서울 회현동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는 13년이 지난 1990년 서울 방배동으로 사옥을 확장 이전했고 이듬해에는 한국무역협회에 가입하는 유망 업체로 발전한다. 2009년부터는 현재 머물고 있는 서울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으며, 세계적인 브랜드인 미국 키친에이드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등 전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국내대표업체로 성장했으며 다루고 있는 제품만 3500여개에 달한다.

▶3년 동안 150명에게 ‘커피장학금’…“기술 인재 양성하는 학교 설립이 꿈”=가난한 시절을 이겨내고 손수 사업을 일궈낸 청년 사업가 출신인 탓인지 그는 어려운 형편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청년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가 바리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명커피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 대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커피를 전공과목으로 개설한 14개 국내 대학의 커피과목 전공자 중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학업에 힘쓰는 학생들 150명에게 매년 4000여만원에 달하는 커피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커피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격려하는 차원에서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 장학금을 받고 바리스타가 돼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내 작은 도움으로 그들이 미래를 꿈꾸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사회 저소득 가정 등 불우이웃을 위해 지난 3년간 총 38회에 걸쳐 4500여만원을 기부했다.

지 대표의 꿈은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가난을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미국, 독일 등에서 우수한 교수를 모시고 와서 우리나라 기술 분야의 인재를 키우고 싶다. 기계 하나를 만들려해도 전기, 화학 등 다양한 기초분야를 알아야 하는데 현재 그런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지 대표는 틈이 날 때면 학업 공간을 만들 땅을 직접 보러다니는 등 자신의 꿈을 구체화 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 중이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들이 돈 걱정 안하고 공부할 수 있는 전문 교육 기관을 만들고 싶어요. 돈이 많아야 인재가 되는 세상은 너무 불공평 하잖아요.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공평하게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네요.”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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