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중증외상센터 설립 결실…이국종 교수 꿈 영글다
뉴스종합| 2011-10-04 11:42
정부가 오는 201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16개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각종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로 크게 다치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수술이 가능한 시설이 세워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움직인 데에는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을 기적같이 살린 이국종(42)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교수의 생활이 일반인에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치료하면서부터다. 냉정을 지키며 끝까지 석 선장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외과 의사의 본분과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국내 외상외과 분야 최고 권위자의 열악한 생활상을 외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밤잠없이 수술을 해야 하고 주말도 없이 병원 수술대에 서야 하는 외상외과 교수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에 가까웠다. 힘든 생활을 하고도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 경영에 적자를 가져다주는 생활은 우리 의료계의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 까닭일까. 이 교수의 표정은 항상 굳어 있다. 얼마 전 이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한응급의학회가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다. 여전히 냉정한 표정의 그는 외상외과 교수 생활의 단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당시 점심으로 복 음식을 먹었는데, 그는 복 음식을 처음 먹어보며, 어떻게 먹는지 몰라 옆에 앉은 기자에게 물어봤다. 시간이 없어 구내식당에서 대부분을 해결하며, 지인과 술자리를 할 시간도 없어 시간 날 때 혼자서 마신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로운 투쟁을 벌여온 이 교수의 꿈은 요즘 서서히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특히 정부가 세우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이 이 교수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지금과 같이 센터 1곳당 80억원의 시설비를 지원해 주는 식의 중증외상센터는 지역별 나눠먹기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그는 중증외상센터 첫발을 잘못 디디면 10년 안에 다시는 중증외상센터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내 일은 노가다”라고 말하는 이 교수의 굳은 표정에 언제나 웃음꽃이 필까.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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