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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은 최악, “성장의 패러다임은 끝났다”
라이프| 2011-10-21 07:52
뭔가 잘못돼 가는 게 느껴지는데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징후를 분명히 인지하고서도 모른체 한 뒤 사건이 터져버리고 나면 그 피해와 손실은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포착된 위험 신호를 그저 경제현상으로 인식하느냐,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느냐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래경제학자 크리스 마틴슨은 최근 저서 ‘크래시 코스’(미래의창)에서 이제 성장 패러다임은 수명을 다했다고 단언한다. 덧붙여 2010년대는 아마도 역대 최악의 10년이 될 것이란 얘기다. 그의 주장은 신자유주의냐 자본주의 4.0이냐, 사회주의냐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을 내세운 경제시스템은 그 어떤 주의를 내세우더라도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지평은 좀 넓다. 경제(Economy)뿐만 아니라 자원(Enviroment), 환경(Energy) 등을 포함한 3E의 관계속에서 미래를 바라본다.

마틴슨은 “너무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마치 경제 자체가 독립적 시스템이라는 전제하에 행동해왔다”며, 3E를 한 덩어리로 고려할 때 비로소 미래를 예측하는 눈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경제시스템은 성장 주도형으로 설계돼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은 필수적이다. 부채를 기반으로 한 재정과 신용, 통화 등도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신용의 몰락, 성장의 원동력인 자원의 고갈 등은 성장패러다임을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경제에서 포착된 위험 신호가 머지않아 광업, 석유개발, 해양, 생태, 어업, 기후, 지구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저자는 우선 성장의 신화에 메스를 가하며, 성장이 불러온 현 위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개념들을 하나하나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그 중 핵심적인 개념은 기하급수적 팽창이다. 기하급수적 증가는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지만 일정 포인트를 지나면 증가하는 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복리효과 같은 경우다. 이는 인구, 부채 등 우리 경제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만 흔히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 경제와 통화시스템, 모든 유관제도와 시스템도 여기에 바탕하고 있다. 이 개념은 그동안 효율적인 모형이었지만 여기에 자원의 유한성 개념이 첨가되면 이 모형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기하급수적 증가의 막바지 단계에 이를수록 도달시간은 점점 단축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흔히 동의어로 써온 성장과 번영에 대해서도 틈을 벌려준다. 한정된 자원을 소비해야 하는 경제구조에서 영구적인 성장은 더욱 불가능하며 앞으로 20년 내 무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전환된다고 본다. 무성장 시대로의 진입은 부의 파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성장과 번영을 구현할 만큼의 자원이 충분치 않다면 성장은 오히려 번영의 살을 깎아먹게 된다는 말이다.

부채와 화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우리의 무심함을 흔든다.

양적 완화라는 미명하에 시행되는 화폐발행은 기초 자산도 없이 그야말로 무에서 화폐를 창조해 이를 공적ㆍ사적 부패를 포함한 다양한 부채를 청산하는 데 사용한다. 화폐의 투입과 회수 과정 간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파괴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경제성장 속도보다 부채증가 속도가 더 빠르면 그건 분명 문제이며, 지금이 그렇다는 경고다.

그는 경제와 에너지, 환경의 각 국면에서 보여지는 위기신호들을 잡아 눈앞에 보여주며 경제성장론을 접고 미래시나리오를 새롭게 그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리의 현재는 지속 불가능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게 먼저다. 인구, 토양, 식량,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기술과 일들은 충분히 갖고 있으며, 이제 방향을 틀 때라고 호소한다.

저자는 천연자원과 경제적 자원의 한계 내에서 생활하던 습관으로 되돌아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게 예산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패러다임전환의 시기, 저자가 제시하는 변화할 일자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너지가 점점 비싸지면서 기존의 구조와 설비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교체하거나 개장하는 업종이 각광받을 것이다. 기존의 금융서비스업은 40% 정도 축소될 것으로 본다. 새로운 능력의 자산관리자, 금융조언가의 수요가 커질 것이다. 자산은 인덱스 펀드 같은 투자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펀더멘털 분석기법이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일 통화시스템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순수 전자식 통화, 에너지, 식품, 금이나 은 등 같은 유형물 담보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생산직으로의 회귀와 함께 서비스 업종의 감소현상도 예상가능하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경제와 에너지와의 상관성, 구체적 데이터와 세밀한 개념적 이해와 의식의 반영, 통합적 사고 등은 다른 미래서와 차별점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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