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정몽구 회장 "차 더 팔지 말아! BMW급 품질 차로 650만대만 팔아”
뉴스종합| 2011-10-26 10:31
“회장님 내년에는 700만대..아니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아냐, 그냥 650만대만 팔아. 더 팔면 안돼.”

“걱정마십시오. 최근 나온 차들 반응이 좋아서 가능합니다.”

“글쎄 더 팔면 안된다니까. 대신에 숙제를 줄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부회장들을 모아놓고 나눈 대화의 일부다. 판매를 독려하는 오너와 더이상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전문경영인들의 일반적인 대화가 아닌, 완전히 입장이 뒤바뀐 대화인 것. 차를 더 팔아 이익을 내겠다는 고위 임원들을 오너 회장이 뜯어말리는 기현상이다.

내막은 이렇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시장에서 319만대를 팔아치운 현대ㆍ기아차는 일본 도요타(301만대)를 제치고 세계 4위 업체가 됐다. 현대ㆍ기아차가 특정 국가나 지역 시장에서 도요타를 앞선 적은 있었지만 글로벌시장 전체에서 도요타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정상적이라면 지금의 탄력을 이어가는 것이 현대차로서는 절대 숙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여기서 정지’를 외쳤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상황에 대해 매우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650만대 판매까지 올라온 게 오로지 우리가 잘해서 된 것인줄 알아? ‘운’도 좋았고 상대방의 실책까지 타이밍 맞춰서 터져준 덕이야. 하지만 행운은 여기까지라고. 자칫 전세계 각국의 ‘공공의 적’이될 수 있다고.” 회의에 참석한 한 부회장급 인사가 전달한 말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는 임원들의 질문에 정 회장은 대답했다. “앞으로 규모를 늘릴 생각말고, 우리가 만드는 모든 차를 모두 BMW 정도의 품질로 끌어올려놔. 이게 나와 당신들이 현대차그룹을 위해 해야할 일이야. 여기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명운이 달렸어.”

회의 현장에 있던 부회장단은 한숨부터 지었다. 정 회장의 한 측근은 최근 유럽 시장을 시찰하고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관람하고 온 정 회장이 품질과 관련해 더욱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전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BMW의 한해 평균 판매량은 160만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부회장급 인사는 “프리미엄급 품질의 차량을 대중차급으로 팔아치우라는 것은 전세계 누구도 못했던 일”이라며 “도요타의 몰락을 지켜본 정몽구 회장이 현대ㆍ기아차의 체질을 완전히 프리미엄급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650만대 판매 목표에 그치겠다는 목표 뒤에는 오히려 더 가혹한 목표치가 드리워져 있던 셈이다. 전세계 시장 판세는 물론 정치적인 상황까지 고려하는 정몽구 회장의 혜안(慧眼)에 전세계가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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