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금융기관 해외기채 페달 밟는다
뉴스종합| 2011-11-10 16:41
“유럽위기 오래가 내년엔 해외기채 더 어려워질 것. 자금 미리미리 확보하자”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 3위 경제규모인 이탈리아 마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공금융기관들이 해외기채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내년 1분기부터 본격화할 유럽발 세계 금융 불안에 대비해 선제적인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9일 미화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이로써 공사는 지난 6월 스위스프랑화채권 2억600만 달러, 9월 사무라이본드 300억엔(3억9000만 달러)을 포함해 올들어서만 공모채 13억4000만 달러(원화 1조5000억원 상당), 사모채 2억5000만 달러 등 모두 16억 달러 어치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공사 창립 첫 해인 작년 발행규모(11억 달러) 보다 45%나 증가한 것이다.

최봉식 정책금융공사 수석이사는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확보했다”며 “녹색산업, 재생에너지산업 등 내년도 신성장산업 지원 예산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출금융의 대들보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9월 10억 달러 규모의 10년만기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들어 우리다시본드 6억1200만 달러 어치, 스위스프랑화채권 1억4000만 달러 어치를 발행하는 등 해외기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로써 수출입은행이 올해 발행한 해외채는 공모채 36억5000만 달러, 사모채 56억5000만 달러 등 93억 달러 어치에 달한다. 앞서 이 은행은 올해 해외채권 발행목표를 작년 보다 10% 늘린 88억 달러로 잡았다가 하반기들어 100억 달러로 늘려 잡았다.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차입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도 지난 10월 글로벌본드와 사무라이본드를 각각 10억 달러, 7억 달러 어치 발행한 데 힘입어 올들어서만 해외에서 24억 달러 어치의 공모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사모사채 35억 달러어치를 포함하면 연중 해외채권 발행규모는 59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 해 해외채권 발행액 45억 달러 보다 14억 달러나 많은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안좋아진다고 판단하면 입장이 바뀔수도 있다”고 밝혀 연내 추가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내년 1, 2월 중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는 주요 유럽국가의 정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연초부터 불거질 유럽발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달 중순 이후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가 이탈리아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공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조건은 유럽발 재정위기에 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정책금융공사가 발행한 글로벌본드의 발행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2.65% 포인트를 가산한 것이다. 2개월여 전 보다는 20bp(0.2% 포인트)가량 금리가 올랐지만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확산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과 세계적인 투자회사들이 대거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윤재섭 기자/ @ JSYU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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