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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집중포화 타깃되나
뉴스종합| 2011-11-14 11:46
ELW관련 시세조종 줄피소

증권사CEO 12명 집단 기소

파생상품거래 등 투기판 매도

세제 불합리 자산배분 왜곡

증권사 수익도 갈수록 악화

일부선 “자본시장 생존 위협



‘자본시장의 심장’ 여의도가 공격받고 있다.

주가연계워런트(ELW) 관련 소송으로 12명의 전ㆍ현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무더기로 법정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선물옵션, FX마진거래 등 파생상품거래는 마치 투기판인 양 매도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 발전이 취지였던 자본시장법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투자자보호법으로 변질돼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을 되레 압박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탐욕을 채우던 미국 투자은행(IB)과 여의도는 분명 다른데도 ‘99% 월가 시위’ 화살의 타깃이 되고 있다.

2008년 초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의 4%에 달했던 증권업종 시가총액은 반 토막도 더 난 1.5%까지 줄었다. 평균 약 6조원대던 일거래대금이 7조원대로 늘었음에도 기업 가치는 더 떨어진 셈이다.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주도 오른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07년(회계연도 기준) 4조4098억원이던 증권사 순이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조202억원으로 쪼그라든 이후 2009년과 2010년 증시 급반등에도 각각 2조9478억원, 2조8051억원으로 위기 이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이중 침체(double dip) 가능성이 커진 올해에는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익명의 증권사 사장은 “각종 수수료를 내리면서 이제 원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콜 차입 한도 축소, 금융상품 판매 조건 강화 등으로 영업 환경도 최악이다. 새로운 기회인 줄 알았던 자본시장법은 새로운 족쇄가 되고 있다. 사업 기회를 찾고자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국회에서 좌절됐고, IB 및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 미리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증권사들은 막대한 자본 부담을 떠안을 처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익명의 증권사 최고경영자는 “정부 정책이 재벌과 은행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여의도는 늘 뒷전이다. 5~6년 전부터 퇴직연금 사업에 집중했는데, 재벌계 은행계 증권사들이 대거 업계로 진출하면서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을 싹쓸이하고 있다. ‘경쟁’도 없이 제 식구 물량을 모두 가져간다면 업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익명의 증권사 대표는 최근 초단타매매자(scalper)에 대한 특혜 여부와 관련한 소송에 대해 “은행장 5~6명을 과연 동시에 법정에 세울 수 있겠는가? 증권사를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 무려 12명을 기소할 수 있나. 성장을 위한 미래 동력 발굴에 힘써야 할 증권사 대표들이 각자 자신과 관련된 소송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데 따른 업계의 기회비용 지출은 엄청나다”고 성토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CEO는 “현행 정부의 각종 투자 관련 제도도 엉망이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투자 세제가 달라 자산 배분의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또 거래 중심의 세제 및 사업 수익 인정으로 증권업계가 장기 투자보다는 단타 매매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 파생상품거래세 등 외국인은 피해갈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는 국내 자금의 파생상품 접근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물론 각종 세제 등을 손보지 않으면 동북아 금융허브는 물론 자본시장의 생존을 담보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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