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제조후 개조·밀수까지…한국 ‘총기안전국’ 흔들?
뉴스종합| 2011-11-18 11:30
허가만료 6000정 미회수

불법제작 숫자 파악 힘들어

심형래씨 사례 대표적

개인 총기소지 제한으로 ‘총기안전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에서 사제 총기 제작 사용 및 총기 밀수 등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총기안전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총기 안전관리에는 구멍이 뚤리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이 총기를 구매하거나 제작하는 것이 엄격히 제한된 한국이지만 총기를 소유하는 사람은 크게 늘고 있다. 

18일 경찰청 총포화약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으로 적발된 것은 벌써 426건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람들은 총기, 화약, 도검류 등을 허가 없이 소지하거나 판매, 수입하려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모두 총기와 관련된 위반자들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찰의 총기류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적발 건수 기준으로는 2008년 461건에서 2010년 624건으로 35.4% 증가했고 불법 무기류 자진신고기간 동안 접수된 총기류도 2009년 1794개에서 2010년 6048개이며 올해 10월까지도 4728개로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기를 획득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 경로. 개인이 총기를 개조ㆍ제작하거나 총포상 등에서 총기를 몰래 훔치는 방법, 아니면 외국에서 밀수해오는 방법 등이다. 지난 10월,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5년에 8개에 불과하던 총기류 반입 적발 개수가 지난해에 무려 119개로 14.9배나 증가했다”며 외국에서 총기를 몰래 들여오는 시도가 늘었음을 지적했다.

총기를 개조하거나 제작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예는 영구아트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심형래씨. 서울지방경찰청은 심씨가 불법으로 가스총을 개조, 실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혐의를 확인하고 심씨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을 잡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현재 심형래씨가 적어도 3정 이상의 가스총을 개조해 실탄이 발사될 수 있도록 만든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구아트의 전 직원들은 심씨가 이 총기를 사용해 투자자 중 일부를 협박한 사실도 털어놨다. 경찰은 현재 심씨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중에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울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17일,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해 밀렵에 나선  A(42)씨를 적발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청계천서 방아쇠, 뇌리쇠 뭉치 등을 구매해 직접 총기를 제작했으며 이 총기는 멧돼지를 사냥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제 총기를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5일,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에 B(65ㆍ산재장애 2급)씨가 들어와 여직원 C(42)씨에게 가스발사총을 난사해 다리에 고무탄이 박히는 상처를 입혔다. 총기소유 허가증이 없는 B씨는 지인의 총포사에서 총기를 몰래 훔친 후 불법으로 개조해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총기의 불법 밀수 및 개조, 사용이 늘고 있지만 경찰의 관리엔 구멍이 뚫려 있다. 지난 1년간 허가기간이 종료된 총기는 6443정이지만 이러한 총기들은 전량 회수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국외 이주자가 보유했던 총기 124정 중 50건이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총기 숫자와 총기전산자료 관리시스템 상의 총기 숫자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기준, 경찰백서나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21만4671정의 총기가 등록된 것으로 돼 있는 데 반해 총기전산자료 관리시스템 상의 총기는 18만8989정으로 2만5682정이나 차이가 나고 있다.

유정복 의원은 “총기는 일순간의 관리소홀로 엄청난 재앙을 촉발할 수 있는 살상무기인 만큼 아무리 철저한 관리를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경찰청은 총기 구입 및 사용ㆍ보관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엄격한 상시관리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사용자의 목적과 의식상태에 대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점검할 정도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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