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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까지 삼킨 재정위기 불길…다음 타자는 어디?
뉴스종합| 2011-11-22 11:28
국채금리 한달새 1%P 급등

포린트화 가치 곤두박질

신용등급 “정크 강등”경고


경제주권 강제조항 없는

‘신축적 신용공여’ 요청

IMF·EU에 40억유로 추정


“우크라이나·발칸반도까지

신용경색 위기전염 우려”

유로화 구조적 대변화 예고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극심한 재정난으로 PI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의 정권 붕괴 도미노를 가져온 유로존 위기가 이번에는 헝가리로 불똥이 튀었다. 헝가리는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헝가리는 그동안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치솟은 데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위험에 직면해왔다. 시장전문가들은 “헝가리가 유로존 재정위기에 굴복한, 동유럽 첫 번째 국가가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헝가리, IMFㆍEU에 ‘SOS’=IMF와 EU는 헝가리의 금융 지원 요청을 21일 공식 확인했다. IMF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헝가리가 위기에 대비한 예방적 차원에서 IMF와 EU 집행위원회에 금융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40억유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 요청에서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신축적 신용공여(FLC)’로 알려졌다. FLC는 건전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정책들을 지닌 국가에 제공하는 IMF 금융 지원 프로그램으로, 경제주권 제한 등 요구 조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르번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18일 “새 협정은 긴축 조치가 아니라, 헝가리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헝가리의 경제주권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가 이날 IMF와 EU에 금융 지원을 요청한 이유는 최근 국채금리가 치솟고 포린트화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채금리(10년물 기준)는 지난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금융 지원을 신청한 21일 헝가리 국채금리는 8.39%에서 거래됐다. 포린트화 역시 곤두박질쳤다. 유로당 포린트화 환율은 지난달 24일 295.03포린트였던 것이 지난 14일 316.05포린트까지 올라갔다.

헝가리의 금융 시장은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유로존 재정위기 전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격히 취약해졌다. 헝가리의 은행산업은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의 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로 서유럽 은행들의 자본 추가 투입이 여의치 않자 연쇄적으로 헝가리 은행산업까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82%에 이르는 국가 부채와 경기 둔화 우려, 대출자산 부실위험, 외환 대출 조기 상환 프로그램 등의 난관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투기 등급)’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링 애널리스트는 “헝가리 금융 지원 신청은 동유럽에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며 “서유럽 국가의 신용 경색은 동유럽 국가들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헝가리를 넘어 우크라이나와 발칸반도까지 위기를 전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화 조만간 구조적 변화”=무디스는 21일 “프랑스의 국채금리 상승 기조와 경제 성장 둔화세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 “프랑스의 부채 현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Aaa’인 프랑스의 신용등급과 안정적인 등급 전망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로화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금융 시장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머지않아 구조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머지않아 유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로권 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시장 압박이 가중되면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예상을 뛰어넘어 재정동맹 구축에 극적으로 조기 합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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