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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유로존, 동유럽까지 덮치나..헝가리 구제금융 여파
뉴스종합| 2011-11-22 11:45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극심한 재정난으로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정권붕괴 도미노를 가져온 유로존 위기가 이번에는 헝가리로 불똥이 튀었다. 헝가리는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헝가리는 그동안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치솟은데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위험에 직면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헝가리가 유로존 재정위기에 굴복한 동유럽 첫번째 국가가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헝가리, IMFㆍEU에 ‘SOS’=IMF와 EU는 헝가리의 금융지원 요청을 21일 최종 확인했다. IMF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헝가리가 위기에 대비한 예방적 차원에서 IMF와 EU 집행위원회에 금융지원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40억유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 요청에서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신축적 신용공여(FLC)’로 알려졌다. FLC는 건전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정책들을 지닌 국가에 제공하는 IMF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경제주권 제한 등 요구조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18일 “새 협정은 긴축 조치가 아니라 헝가리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 헝가리의 경제 주권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가 이날 IMF와 EU에 금융지원을 요청한 이유는 최근 국채금리가 치솟고 포린트화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는 지난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금융지원을 신청한 21일 헝가리 국채 금리는 8.39%에서 거래됐다. 포린트화 역시 곤두박질쳤다. 1유로당 포린트화 환율은 지난달 24일 295.03포린트였던 것이 지난 14일 316.05포린트까지 올라갔다.

헝가리의 금융시장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유로존 재정 위기 전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격히 취약해졌다. 헝가리의 은행산업은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의 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로 서유럽 은행들의 자본 추가투입이 여의치 않자 연쇄적으로 헝가리 은행산업까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국내총생산(GDP)대비 82%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경기둔화 우려, 대출자산 부실 위험, 외환대출 조기상환 프로그램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투기등급)’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링 애널리스트는 “헝가리 금융지원 신청은 동유럽에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며 “서유럽 국가의 신용경색은 동유럽 국가들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헝가리를 넘어 우크라이나와 발칸반도까지 위기를 전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화 조만간 구조적 변화”=서유럽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수습의 중심축인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유로존 경제 3, 4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난 확산으로 유로화가 머지않아 구조적 시스템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국채금리 상승 기조와 경제 성장 둔화세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 “프랑스의 부채 현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Aaa인 프랑스의 신용등급과 안정적인 등급 전망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레디트스위스는 “유로화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금융시장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머지않아 구조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머지않아 유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로권 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압박이 가중되면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예상을 뛰어넘어 재정동맹 구축에 극적으로 조기 합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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