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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철권 통치 살레 예멘 대통령 ‘빵’ 시위에 결국 무릎 꿇다
뉴스종합| 2011-11-24 15:01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최고지도자에 이어 세계 최장 철권 통치자였던 알리 압둘라(69) 살레 예맨 대통령도 결국 ‘빵’ 시위에 백기를 들었다.

살레 대통령은 올 들어 중동 지역에서 ‘아랍의 봄’이 시작된 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권좌에서 물러나는 네번째 독재자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살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중재 권력 이양안에 서명했다. 이변이 없는 한 살레 정권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다만, 이번 예멘 시민혁명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살레 대통령이 약속대로 90일 안에 물러난다고 해도 중동 최대 빈국 예멘이 안정을 되찾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살레 대통령의 삶은 전형적인 독재자의 전철을 따랐다.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일찌감치 입대의 길을 택한 살레는 강력한 군 지도자로 성장했다. 청년 장교 시절 바트당에 입당, 아랍 통합을 꿈꾸던 살레는 지난 1978년 쿠데타로 북예맨 정권을 장악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조를 업고 예멘 부흥을 꾀하던 그는 구소련의 붕괴 등 탈냉전 바람을 타고 1989년 남예맨과의 통합을 이끌었다.

이후 남예맨과의 내전 승리로 입지를 다진 살레는 개인 우상화와 인권 탄압으로 독재자란 별칭이 따라붙게 됐다. 미국과 주변국들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줄타기 외교’도 대외 비난 여론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독재정권의 연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9.11 테러 후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서면서 살레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하지만 고질적인 고물가와 실업난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1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10개월간에 걸친 반정부 시위로 권력 내부와 군내 이탈 세력이 속출하면서 살레 정권도 북아프리카, 아랍권에 불어닥친 ‘재스민 혁명’의 희생자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

정권 사수에 눈이 멀어 정작 민심의 소리를 듣지 못한 정치인과 독재자들의 말로는 늘 초라하고 쓸쓸했다. 살레의 뒤를 이어 퇴장할 다음 독재자는 누가 될 것인가.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한과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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