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김상헌 NHN 사장 “구글도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어...”
뉴스종합| 2011-12-15 08:46
“각국의 문화와 언어에 특화된 (토종) 검색기업들이 나오게 되면 구글의 현재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평소 ‘독서광’ 답게 NHN 김상헌 사장(48)은 최근 다시 읽었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프리드먼)’ 내용을 곁들여 이렇게 설명했다.

“렉서스는 기술을, 올리브나무는 지켜야 할 고유의 문화를 뜻한다. 사람의 손이 닿아서, 그 나라 문화에 맞는 서비스가 결국 성공한다. 구글의 기계적 검색 방식과 서비스 기술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간과하기 쉽지만, 인터넷 포털은 한 나라의 문화와 정보를 총망라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자유 경쟁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는 미국 조차 러시아 기업이 자국의 메신저 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려 했을 때 ‘엑슨-플로리어법’(외국인 투자제한법)을 꺼내들었다.

김 사장은 “마음만 먹으면 구글이 (국내에서도) 1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국 문화와 정보에 대한 애정으로 보면 한국의 네이버, 중국의 바이두, 러시야의 얀덱스 등이 더 많은 것 아닌가. (토종 업체와) 거대 글로벌 포털 구글과는 DNA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NHN이 최근 짓고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프로젝트 명칭도 ‘장경판전’이다. 김 사장은 팔만대장경의 의미를 담았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다. 국내에선 인터넷 실명제 등도 부족해 포털업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감시하는 정부의 전담팀까지 등장했다. 반면 외국 인터넷 업체들은 사실상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고, 저작권 등 각종 국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김 사장은 법을 준수하는 국내 업체가 되레 역차별 당하는 인터넷 산업 규제는 좀 더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골리앗과 다윗이 싸우는데 그 다윗에게 돌도 못던지게 하는 것이다. 솔직히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 비해 인터넷 포털 산업은 지나치게 과소 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NHN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안드로이드 OS에 구글 검색을 배타적으로 선(先) 탑재한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사장은 “(공정위가) 구글이 플랫폼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한국업체들을 압박했다는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서비스 끼워넣기를 하는 것은 부당경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사, LG전자 부사장 등을 거친 화려한 경력 탓에 안철수 교수와 비교된다’고 하자 “창업주아닌가. (그분과) 비교가 안된다. 정치에는 전혀 생각이 없다”며 자신을 낮췄다. 김범수 전 NHN 공동창업자가 “NHN은 정박한 배”라고 했던 비판에 대해서도 “김범수 의장이 만일 네이버 안에 있었으면 카카오톡이 나왔겠느냐”며 쿨하게 받아넘겼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NHN 그린팩토리 26층의 예상 밖으로 조촐하고 햇빛과 책이 가득한 김 사장 사무실에서 대담은 당초 약속시간을 넘겨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다. 


- NHN이 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새 시장인 모바일에서 성장성이 확보될 수 있나.

▶ 당장은 장밋빛 만으로 볼 순 없다. 일단 모바일 사용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데스크톱 사용시간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애플리케이션 가격이 낮고, 과금도 어렵다. 광고를 보여줄 공간이 많지 않다. 애플 iOS, 안드로이드, 윈도모바일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비용도 늘어난다. 손가락 터치 몇번으로 각종 앱을 쓸 수 있어, 네이버 같은 큰 포털을 굳이 이용안해도 된다. 하지만 이용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서비스를 변화시켜 간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바일에 특화된 광고 모델이 아직 안나왔지만 시간 문제라고 본다.

- 사실상 유일한 해외 진출인 일본 시장 공략은 어떻게 돼 가나.

▶ 한국에서 NHN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는데 10여년 걸렸다. 일본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일본은 더 시장이 크고, 정보량도 많으며 사용자의 기대 수준도 높다. 이미 자리잡은 야후재팬, 구글이라는 경쟁자도 있다. 성공하면 결과는 크지만 성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인수합병(M&A)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건은 없다. 해외 전략은 일본을 최우선으로 하고 나머지 국가는 현재 스터디 수준이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 규제까지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사실 (인터넷 서비스 업체간) 경쟁이라는 것을 더 이상 국가적인 범위로만 본다는 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일 수 있다. 이미 시장은 구글이라는 패권을 가진 사업자가 같이 경쟁을 하고 있다.

독점이라고 하면 어떤 업자가 독점적 지위에 있고 그것으로 시장을 방어해 다른 사업자가 못올라 오도록 하는 것인데 인터넷 업종은 정말 경쟁이 치열하다. 어렵사리 쟁취한 점유율을 독점이라고 하면 안된다. 현재의 점유율도 잠깐의 방심으로 잃어 버릴 수 있다. 구글, 애플과 같이 플랫폼 사업자가 오히려 서비스 끼워넣기를 하는 것이 부당 경쟁이다.

나중에 플랫폼을 장악한 곳이 모든 것을 장악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골리앗과 다윗이 싸우는데 그 다윗에게 돌도 못던지게 하는 것이다. 


- NHN도 구글 등의 약진에 위협을 많이 느낀다는 말인가.

▶러시아 포털업체 메일닷루의 사외이사를 맡으며 깜짝 놀랐다. 러시아 회사가 미국 회사(아메리카온라인)의 자회사 ICQ(온라인 메신저 사업부문)를 인수하려고 하자 미국 정부가 법으로 심사를 한 뒤, 엄격한 조건 하에 인수하도록 하더라. 최근 구글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음만 해도 한국 사람 20%가 사용하는 정보의 보고이자 문화 유산이 아닌가. 이러한 업체들이 외국에 넘어간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점유율이 높아도 인터넷 서비스는 안심 할 수 없다. 클릭 한번이면 바뀐다.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1등 할 수 있을 거다. 옥션과 지마켓도 이베이에 다 넘어갔다. 한국은 온라인 쇼핑몰이 없어져 버렸다.

- 해외에서 NHN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내 보다는 평가가 나은 편인가.

▶ 제가 해외 나가면 구글 제외한 모든 회사로 부터 칭찬과 경탄을 받는다. (그들은)구글같은 거대 자본기업을 어떻게 이기는지, 정말 기적 같은 일이고 존경 스러운 일이라며 비결을 묻는다. 영국, 프랑스가 자기 고유 검색 엔진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항상 반도체, 자동차 강국이라고 자랑하면서도 네이버 같은 곳은 과소평가하는 면이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세계 1등 기업 얼마나 되나. 우린 세계 1등은 아니어도 세계 1등(구글)과 싸워 이기는 기업이다.

- 구글은 국내 여러 기업과 업무제휴 및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 현대차 등이 수출 기업이다 보니 구글과 협력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불리한 처지에 있다. 그래도 어렵사리 삼성전자, 현대차 등과 논의해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네이버가 탑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NHN도 제휴 만을 전업으로 하는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제휴협력실을 운영 중이다. 적어도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NHN이 훨씬 더 차원 높은 노력을 하고 있다.

- 구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빨리 뭔가가 나오면 좋겠지만...그래도 조사가 꽤 심도 있게 진행 중인 만큼 빠르게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

- 법조인 출신인데, 시정 명령 정도는 나올 것으로 보나.

▶ 공정위 쪽에서 뭘 할지는 잘모른다. (법조인 출신이지만) 테크니컬한 이슈는 잘 모른다. 다만, 구글에서 당시 플랫폼 우월성 가지고 한국 업체 압박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또 구글 검색도 (스마트폰에서) 빼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출시하는 안드로이드 폰에는 구글, 네이버, 다음이 동시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 구글 측 인사는 좀 만나는지?

▶ 스티브 잡스도 구글이 사악하다고 했다. 구글이 정말 훌륭한 회사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청문회나 소송 등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다. 지금 미국 서점가에 가보면 구글이 너무 패권적이지 않느냐는 우려의 책이 훨씬 주류를 이룬다. (국내에서)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모바일의 경우 10%, PC는 2% 수준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점유율을 확 올릴 수 있다. 


-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고민이 많을 텐데.

(김 사장은 이 질문에 자신의 자리로 가 ‘큐레이션’이라는 책을 가져왔다)

▶ 제가 요즘 이 책을 관심있게 읽고 있다. 구글 검색은 가치가 없고 의미가 없다고 나와 있다. 기계적으로 찾아지는 정보라는 것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 역시 커머더티(상품)화 돼 있다. 큐레이션(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을 지금까지는 포털이 해왔지만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적어도 언론사에서 그 시간대 가장 내고 싶은 뉴스를 내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해진 의장이 냈다. 당연히 네이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정보 플랫폼으로서 중립성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 오픈마켓 서비스는 언제 하나. 이름은 이제 정해진 것인가.

▶ 언제든지 이름은 막판에 정해지는 것 아니냐. 오픈은 내년 1분기할 생각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 우리는 검색 서비스를 보충하기 위해 오픈마켓형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지마켓의 경우 오픈마켓 그 자체로 힘을 얻게 되니까 모든 상품 DB(데이터베이스)를 포털에서 빼버리더라. 결국 DB가 다시 네이버에 들어왔지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우리에겐 존립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넥슨 김정주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네이버도 한방에 훅 갈수 있다.

- 이해진 의장과 우호지분을 더해도 지분이 많지 않다. 경영권이 위험하지 않는가.

▶ 낮은 지분율에 대한 고민은 있다. 열심히 일해 주가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우호지분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구글 같은 곳이 마음 먹고 사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다. 우리 같은 회사가 외국에 인수되는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통신사들은 망 사용 대가를 내라는 입장인데.

▶ 인터넷 서비스와 네트워크 서비스는 상호보완적이다. 결코 서비스업체가 무임승차하는 게 아니다. 원래 힘을 갖고 있는 곳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서비스 업체는 힘이 없다. 또 통신산업은 국가적 보호 아래 성장한 허가 산업이고, 인터넷 서비스는 수천 수만개 기업이 경쟁하는 곳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태생적으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곳이 어디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최근 정치권 화두인 안철수 교수와 종종 비교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정치적 꿈이 있는 것으로도 보도됐다.

▶ 안 교수님은 직접 창업을 하셨고, 지난 10년간 많은 생각과 고민을 정리하신 분이다. 따라갈 수가 없다. 저는 많이 모자란다. (그 보도는)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온 것이다. 전혀 생각이 없다. 제 꿈은 NHN을 글로벌적으로 더 성공시키는 것이다. 네이버가 세계에서 의미 있는 기업이라는 것도 적극 알리고 싶다.

- 김범수 전 공동창업자가 “NHN은 정박한 배와 같다”고 했다. 벤처라고 보기엔 너무 무거워진 것 아닌가.

▶ 벤처는 졸업을 했고 대기업에 가까워졌다. 이해진 의장이 ‘우리는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작고, 중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정리하더라. 대기업의 제도를 도입할 수 없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것들을 시도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벤처다.
대담=조진래 산업부장
정리=김대연기자/sonamu@heraldcorp.com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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