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 시대 선승 진제스님 “참 나 하루 천만번 의심하라”
뉴스종합| 2011-12-15 11:43
성철 스님, 월하 스님 등의 뒤를 이어 14일 조계종 종정(宗正)에 추대된 진제(眞際·77) 스님은 ‘남진제 북송담’으로 일컬어지는 대선사다. ‘남(南)진제 북(北)송담’은 중국 당나라 때 ‘남설봉 북조주(南雪峰 北趙州)’에 빗댄 말로, 남쪽에는 대구 동화사의 진제 스님이, 북쪽에는 인천 용화선원에 있는 송담 스님의 도력(道力)이 지극히 높음을 일컫는 말이다.

이 같은 말이 회자될 정도로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큰 어른’인 스님은 이날 만장일치로 종정에 추대되자 “산승(山僧)은 앞으로 우리 종단의 화합과 수행을 위해 원로스님들의 고견을 받들 것이며, 동양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看話禪·화두 참선법)을 널리 진작하겠다”며 수락의 말을 전했다. 또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만인에게 진리를 베풀고 거두는 데 걸림돌이 없음이로다”라는 법어를 내놓았다.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진제 스님은 출가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1953년 친척과 함께 해인사로 불공을 드리러 갔던 스님은 석우 스님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석우 스님은 “세상의 생활도 좋지만 그보다 더 값진 생활이 있으니 해보지 않겠는가”라 물었고, 진제 스님은 “무엇이 그리 값진 생활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석우 스님이 “범부(凡夫)가 위대한 부처 되는 법이 있다.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나지 않은 셈치고 수행의 길을 가보는 게 어떻겠는가”라 답했고, 이에 스무 살 진제 스님은 출가를 결심했다.

1967년에는 향곡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이어받았다. 당시 진제 스님은 “입으로만 나뭇가지를 물고 벼랑에 매달렸을 때, 아래를 지나던 다른 스님이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을 물었을 때 어찌 해야 하는가”라는 뜻의 ‘향엄상수화’라는 화두를 받아 2년간 용맹정진한 끝에 깨달음을 얻고 오도송(悟道頌)을 읊었다. 요즘도 매일 새벽 2시 반에 기상해 새벽 3시 예불에 참석하는 스님은 “참 나가 누구인지 하루 천만 번 의심하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참선에 정진하는 선승이지만 스님은 전법(傳法)에도 열심이다. 올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간화선(看話禪) 대법회를 개최해 큰 화제를 모았다. 기독교를 근간으로 한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설파하는 대규모 법회가 열리긴 처음이었다.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스님은 “이제 세계는 종교와 사상을 넘어 서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며 푸른 눈의 젊은이들에게 선(禪)의 세계를 전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