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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이젠 건설사에 ‘계륵’
부동산| 2011-12-29 11:30
조합 무리한 분양수익 요구

사업지연·미분양 등 소모전

시공권 확보한 사업지도

사업성 재검토 등 장고돌입



“주택 사업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이 그나마 위험성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조합과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지간히 골머리를 앓는 게 현실입니다”

주택 경기가 급랭하면서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빠르게 재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그나마 유효 수요층이 존재하는 곳은 이미 주거 기반이 형성된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인 데다, 정비사업은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맡고 있어 위험도가 일반 분양 사업에 비해 덜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긴 침체를 겪으면서 과거의 높은 분양가를 고집하는 조합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현실적인 분양 조건을 원하는 시공사 간의 마찰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건설사들에게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청약을 마친 왕십리뉴타운 2구역의 시공을 맡았던 GS건설 컨소시엄이 지구 지정 10년 가까이 되고서야 겨우 분양을 마치자 건설업계에서는 말그대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라고 평했다. 이 사업의 시공사들은 분양가 책정을 두고 조합과 수도 없이 논의를 해야만 했다. 조합은 보다 높은 분양수익을 원했지만, 시공사들은 3.3㎡당 2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3.3㎡당 평균 1950만원 선까지 분양가를 내렸지만, 시장의 침체가 더욱 깊어진 탓에 최근 마친 청약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인근의 왕십리3구역은 아예 분양도 하기 전에 공사비 문제로 기존 시공사가 교체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던 시공사들의 요구에 견해차를 보인 조합이 기존 삼성물산, 대우건설 시공사를 현대ㆍ포스코ㆍSK건설 컨소시엄으로 바꾼 것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이 오르지 않고 답보상태를 보이자 조합이 건설사들의 시공비 증액 요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사례다. 용산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또한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 포스코, 대림)이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강동구 고덕지구의 최초 재건축 사업지인 고덕아이파크 또한 애물단지가 된 정비사업의 대표 사례다. 이 사업의 시공을 맡았던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입주까지 마친 이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어지간히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9년 11월 분양 당시 3.3㎡당 최고 3000만원 넘는 분양가로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도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결국 높은 분양가로 계약률이 저조해 이미 입주를 마친 현재까지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해 할인에 추가할인, 3차할인 등의 분양가 할인 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아직까지도 지속적으로 사업에 관여해야 하는 그야말로 소모전을 펼쳐나가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지 시공권을 확보한 건설사들은 조합의 무리한 요구에 사업성 검토를 다시 해야 할 정도”라며 “앞으로 건설사들이 조합의 요구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도 또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지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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