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노란봉투 어디까지...‘검풍(檢風)’ 칼 끝에 4ㆍ11총선 시계제로
뉴스종합| 2012-01-10 10:47
노란 돈봉투 다발이 몰고 온 ‘검풍(檢風)’ 이 여야를 동시 강타하면서, 기성정치의 산실인 국회의사당이 ‘그라운드제로(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점)’ 의 폐허로 초토화되고 있다.

여야가 각각 쇄신과 통합으로 심기일전을 다짐했던 4ㆍ11총선 판도 역시 “기성정치 퇴장”의 성난 여론 속에 시계 제로의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승덕발(發) 폭로로 시작된 돈봉투 파문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비례대표 인선, 2010년 전당대회를 거쳐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로까지 불똥이 옮겨붙으면서 현역의원 295명 누구도 예외가 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이 돼버렸다.

과거 특정 정당이나 계파를 겨냥한 북풍(北風. 안보위협), 안풍(安風. 안기부예산 전용) 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초메가톤급 강풍이 불어닥친 셈이다.

특히 한나라당 비대위와 민주당 지도부 모두 사태 조기수습을 위해 검찰 수사로 방향을 정하면서 총선 공천과 당락의 목숨 줄이 검찰의 칼 끝에 맡겨진 형국이다.

김재원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과거의 모든 부정에 대해서 수사해달라는 것이 우리 당의 취지라고 검찰에 설명했다” 면서 “검찰에서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수사해서 우리 당에 조금이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돈봉투 파문의 칼자루를 쥔 검찰의 행보, ‘검풍’의 강도는 정치권뿐 아니라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 수사가 특정정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에 그칠 지, 한국정치의 오랜 악습이자 관행인 금권선거 전반을 수사대상으로 할 지, 계파지금이냐 대선잔금이냐를 놓고 말이 많은 자금출처 문제까지 파고들 지 여부에 따라 총선은 물론 대선 구도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돈봉투를 주거나 받은 사실이 입증되면 정당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불법 여부를 떠나 새 정치를 기대하는 여론의 지탄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면서 “이 문제는 법적으로 입증되느냐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정치집단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특정세력에 치명타가 가해진다면 지난 2007년 경선이나 대선자금 의혹까지 불거지는 진흙탕 공방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되고 있는 2008년 전당대회가 친이계 주도로 치뤄진데 다, 이명박 정부 초기라는 시기적 미묘함을 감안할 때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이 돈봉투 파문을 계기로 탈당 사태로 확전될 소지도 없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우려섞인 관측이다.

전당대회를 불과 닷새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사정이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전대 후보자 가운데 돈봉투를 뿌린 사람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대 파행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당권경쟁에 나선 이학영, 문성근, 박용진 후보 등 신진 정치세력들이 “구태정치 청산”을 앞세워 기존 민주계와 각을 세우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당 차원의 ‘인위적 물갈이’가 아닌 ‘여론 물갈이’가 대폭 이뤄져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FTA 강행처리 등과 마찬가지로 이번 파문을 통해 국민들은 기성정치에 또 다시 염증을 느꼈을 것” 이라며 “안철수 교수 등 장외 정치세력들의 명분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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