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책임경영 부재·외풍취약…바람 잘날 없네
뉴스종합| 2012-01-13 11:28
뚜렷한 주인없어 외압에 흔들

경영진·사외이사·주주 사이

균형·견제 통한 책임경영 필요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가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밝힌 본인 의사와 달리 회장 후계구도와 연관된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현 금융지주체제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새삼 드러낸다.

실제로 지난 2001년부터 ‘한국형 금융지주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차기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갈때마다 여지없이 갖가지 잡음이 발생했다. 비교적 지배구조가 안정됐다고 평가받아온 하나금융지주마져도 이번 김 사장의 용퇴에대해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이 발단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및 외국인들에게 지분이 분산돼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지주 최고경영자(CEO)에게 권한이 집중된 역설적인 상황이 이같은 문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이번 사퇴로 하나금융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 물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측과 당사자인 김 사장은 외환은행의 조속한 인수 승인 및 향후 원활한 통합을 위한 희생적 결단임을 강조하지만 진의와는 별개로 후계구도의 취약성이 거론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과거에서도 수없이나타났다. 차기 회장 승계시 뒷말없이 전ㆍ현임 회장간의 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졌던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구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지주 회장의 후계구도 다툼으로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기며 은행이 경영진을 고소하는 등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이른바 ‘신한 사태’를 지난해 야기한 바 있다.

2008년 출범한 KB금융도 현직 회장의 직무정지 중징계, 그리고 후임회장에 외압에 따른 자진 사퇴 등 지배구조 문제로 어윤대 회장 취임 이전까지 바람 잘날이 없었다.

지난 2001년 가장 먼저 출범시킨 우리금융지주 역시 차기 회장 선임시 정치권의 외풍 논란 등에 항상 휩싸여 왔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와 함께 자신의 후계구도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만큼 무난한 승계가 기대됐으나 돌발 변수로 뒷말을 낳고 있다.

이는 현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특성상 CEO 승계때마다 정부, 금융당국의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현재 대다수 지주 회장이 소위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채워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주회장의 권한은 대기업의 오너 못지 않다. 내부의 뚜렷한 견제장치도 없다. 지주회장이 ‘천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를 의식해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로 늘리고 퇴직후 3년이내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CEO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를 대폭 늘렸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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