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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수행 직원 13년만에 설 휴가
뉴스종합| 2012-01-20 07:52
지난 12일, 서울시청 언론과에 근무하는 공무원 이모씨는 박원순 시장과 직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시장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건의사항을 얘기하라는 말에 거리낌없이 손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씨는 “명절마다 시장님 행사 때문에 제가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하고 한번도 고향에 못내려 갔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씨는 영상 촬영 업무를 맡고 있어 시장의 공식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로 이 일을 맡은 지 13년째. 지금까지 한 번도 명절에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이씨의 고향은 부산이어서 하루 이틀의 휴가로 명절 기분을 내기란 언감생심이다.

이씨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이씨 곁에 있던 한 간부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얼굴이 붉어진 이씨는 “내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닌데...”라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가라앉혔다.

이씨의 용기(?) 있는 제안에 박 시장의 답변은 의외로 명쾌했다.

“정말 특별한 일 없으면 앞으로 무조건 쉬세요.”

오찬 끝나고 한 간부가 농담조로 말했다. “쉬란다고 쉴 수 있을 거 같애?”

이씨는 ‘이번 설에도 현장 근무를 시키면 시장님께 일러볼까’ 생각하다가 웃고 말았다. 그는 일이 있다면 사명감때문이라도 외면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설을 앞둔 19일 퇴근 무렵 이씨는 희소식을 들었다. “이번 설에는 언론과 직원들 모두 쉬라”는 시장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20일 오후 6시까지의 시장 공식일정을 마치면 모두 ‘고향 앞으로’다.

“정말 13년만에 처음입니다.” 상기된 얼굴의 이씨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21~24일 설날 연휴에 이어 25~27일 휴가를 내 21일부터 29일까지 총 9일간 휴가를 간다.

이씨는 “이번 설에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카메라를 메고 시장님 따라다니지 않아도 될것 같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 길에 올랐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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