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스타일]‘맞춤형’고집하는 남성 수제화 디자이너 오덕진
라이프| 2012-01-26 08:55
“잘 만들어진 구두는 운동화보다 편해요. 좋은 가죽은 신을수록 편해지죠.”

‘패스트 패션’이 대세다. 어제 갔던 그 매장이 맞나 싶을 만큼 일주일에도 몇 번씩 새로운 제품이 쏟아진다. 그런 시대에 주문하면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맞춤형 수제화를 고집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있다. 그것도 남성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가 전무한 국내 시장에 말이다.

최근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LG패션 TNGT와 함께 세련된 ‘비즈니스룩’을 제안하고, 최범석 디자이너의 ‘제너럴 아이디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서울 컬렉션에 무대에도 데뷔했다. 남성 수제화 브랜드 ‘슈즈바이런칭엠’의 오덕진(사진ㆍ30) 대표다.

“디자이너보다 메이커(기술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세계적 디자이너는 모두 ‘디자인’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신발의 구조와 구성 그리고 물성에 대한 이해가 충만한 진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오 대표는 그래서, 디자이너보다는 아직은 ‘디렉터(director)’라는 직함을 선호한다. 하지만 의문이다. 요즘처럼 SPA 브랜드가 붐인 때, ‘장인’에 대한 문화적 기반이 없는 국내 시장에 ‘슬로 패션’ 수제화가 가능할까.

“최근 수년간 ‘멋내는 남자’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제 블로그 방문자 수와 댓글 수만 봐도 알 수 있죠. 고객이 부쩍 늘었어요. 그것보다 확실한 징표가 어딨겠어요.”

남다른 감각이 있어서일까. 오 대표는 재작년 한 남성이 핑크색 스웨이드 로퍼를 신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남자 신발 디자인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 분은 ‘얼리 어댑터’였죠. 아마 올 봄엔 그 신발이 거리를 휩쓸지도 몰라요.” 



20대부터 60대까지 고객은 다양하다. 대부분 ‘멋부리기’ 좋아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고객정보는 비밀” 이라면서도 패션업계 종사자와 여의도 증권맨이 많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수제화를 지향하지만, 꼭 그것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보기 좋은’ 브랜드에서 ‘사고 싶은’ 브랜드가 돼야 오 대표가 정말 만들고 싶은 신발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곧 문을 여는 싱가포르 매장은 대중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는 시험무대다. ‘다이아몬드 워커(Diamond Walker)’라는 이름으로 싱가포르 증권가에 론칭을 앞두고 있다.

“미의 기준은 다양하고 주관적이라고 하죠. 하지만 짧은 경험에 의하면 내가 봐도 누가 봐도 좋은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너무 앞서가서 1년 후 반응이 오는 제품도 있었는데….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좀더 ‘손맛’ 있는 신발을 만들고 싶어요. 디자인과 기술력 모두 열심히 높여야죠.”



<박동미 기자 @Michan0821>/pdm@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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