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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기 당구’ 치면 도박죄 성립될까
뉴스종합| 2012-01-27 08:59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7년째 C당구장을 운영하는 K(44)사장은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설 명절 때 K씨가 운영하는 당구장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초면의 손님 B씨가 혼자 들어왔다.

마침 C당구장 1번 당구대에서는 단골 손님들이 당구공부터 맞히는 ‘쿠션’ 2000원, 당구대부터 맞히는 ‘가락’ 4000원짜리 내기, 즉 2/4 돈내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손님B씨는 K사장에게 “1번 당구대에서 같이 내기 당구를 칠 수 있게 섭외해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K사장은 단골 손님들에게 “가능하냐?”고 물어봤고, 단골손님들은 “좋다”고 했다.

결국 생면부지의 B씨와 C당구장 단골 손님들은 2/4 내기 당구를 쳤다.

300점 정도를 치는 실력이라고 말한 B씨는 단골 손님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졌고, 결국 3시간 가량 당구를 친 이후 약 50만원 가량을 잃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B씨가 게임 도중 술을 먹었고, 같이 내기 게임을 한 단골손님들과 시비가 붙었다. 화가 풀리지 않은 B씨는 이후 112를 통해 K사장과 C당구장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내용은 K사장이 C당구장에 도박장을 개설했다는 내용.

K사장은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K사장은 “도박장을 묵인했다고 하면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K사장은 또 “경찰은 내기 당구를 치지 않느냐, 국회의원은 판사, 검사는 친구들끼리 모여 점당 1000원, 2000원짜리 내기 당구를 치지 않느냐”며 분개했다.


사실 당구 뿐 아니라 골프의 경우도 타당 5000원, 1만원짜리 경기는 전국 골프장에서 수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타당 1000원, 2000원짜리 내기 골프는 기본이다.

다만 경찰에서는 당구장이나 스크린 골프장 등에서 돈 내기를 하는 것은 도박이라 보기에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상습적이며 주기적으로 큰 판돈을 걸고 돈내기 당구나 스크린 골프를 할 경우 도박죄가 형성될 수 있지만, 아직 당구나 스크린 골프로 내기를 하다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당구장 업주에게 ‘도박장 개설죄’나 ‘방조죄’ 등이 적용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게다가 당구나 스크린 골프의 경우 도박이라 말하기에는 ‘실력’으로 게임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고스톱이나 포커, 바둑이 등 카드게임처럼 ‘우연’으로 결과가 나타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죄가 형성되려면 상습적으로 거액의 판돈을 놓고 장시간에 걸쳐 행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각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당구와 스크린 골프 등은 실력이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도박죄 형성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밝힌 것과 같이 상습적, 주기적, 거액의 판돈이라는 요건에 맞춰질 경우 내기 당구나 내기 스크린 골프를 했던 당사자들은 도박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당구 실력이나 골프 실력을 속여 타인의 돈을 땄다면, 도박죄는 물론 사기죄로도 처벌 받을 수 있다.

한편 만약 도박죄 등이 적용된 내기 당구, 내기 스크린 골프를 했을 경우 현장에 있던 판돈은 모두 경찰에 의해 몰수돼 국고로 환수된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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