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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여성 신체 이용 ‘에로밀수’ 성행
뉴스종합| 2012-01-29 08:18
지난해 적발된 밀수품의 총액이 5조9112억원을 넘었다. 다양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감시의 눈길을 피해 밀수가 시도됐지만 대부분은 세관과 수사기관의 감시망에 걸려 적발된 셈이다.

오늘날 ‘밀수의 기술’은 곧 ‘은닉의 기술’을 의미한다. 감시당국의 눈길을 피해 얼마나 밀수품을 효과적으로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느냐가 밀수 기술의 관건이다. 시대에 따라 은닉하는 장소와 방법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아날로그 밀수와 컨테이너=과거 50년대 이후 20세기 말까지는 사람과 선박 등을 이용해 직접 물건을 건네받는 아날로그 밀수시대가 성행했다면 21세기 들어서는 디지털 밀수시대가 도래했다. 밀수의 기술도 첨단화하고 대담해졌으며, 규모도 커지고 사업화했다. 
부산항에 적재된 컨테이너 모습

과거 특공대나 보따리상 밀수로 일컬어지는 아날로그 밀수시대는 이미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디지털 시대는 컨테이너를 이용한 밀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 국가 간 무역이 이처럼 활발하게 된 데는 물류 역사상 최고 발명품인 컨테이너의 등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20 또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는 국가 간 무역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옮기는 수단이 되어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최고의 무역 발명품인 컨테이너가 오늘날 최대의 밀수 은닉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루 부산항을 통과하는 컨테이너는 1만5000~2만여개. 모두 부산항ㆍ신항 컨테이너 부두를 통해 하역과 선적이 이뤄지고 통관 과정에서 세관의 철저한 검사를 받고 있다.
대리석으로 위장한 중국산 마른고추

▶디지털 밀수시대=최근 밀수는 금괴나 마약 등 특별한 몇몇 물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컨테이너를 이용해 이뤄진다. 1970~80년대 밀수는 보따리상이나 선원을 이용해 주로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밀수 형태는 첨단디지털화하고 있다. 수출입 관련 정보를 왜곡시키기 위해 거짓 화물정보를 만들고 화주를 변경해 의심을 피하는 등 점차 지능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압수된 일본산 전자제품

컨테이너를 이용한 밀수품도 달라졌다. 최근 대부분의 컨테이너 밀수는 대중국 무역에서 이뤄진다. 품목도 중국산 인삼이나 참깨, 마른고추, 짝퉁 명품, 불법 의약품 등으로 과거 일본 전자제품이 대세를 이뤘던 시절과는 밀수 형태와 밀수품 종류가 모두 변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적발된 밀수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외환거래 사범이다. 일명 ‘환치기’를 통해 불법 외환거래를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다. 엄밀하게 불법 외환거래 역시 밀수의 한 축이다.

하지만 밀수품이 오가는 일반적인 밀수사례로는 관세를 포탈하고자 직접 밀수를 시도하는 관세사범이 건수 면에서 339건, 137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금액면에선 지적재산권사범인 짝퉁 밀수가 68건, 1702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이 외에도 원산지를 속인 대외무역사범이 55건, 1334억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마약사범의 경우는 총 9건이 적발돼 46억원에 그쳤다.

▶컨테이너 은닉 기술=밀수품을 숨기기 위해 컨테이너를 위장하는 방법도 기상천외한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일명 ‘커튼치기’는 2000년대 들어 성행한 방법으로 컨테이너 앞쪽에 일반 무역물품을 적재하고 가장 뒤쪽에 밀수품을 은닉하는 방법이다. 앞쪽의 물품을 모두 내려놓기 전에는 숨겨진 밀수품을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심지박기’는 일반 물품을 적재하는 사이에 밀수품을 섞어 심지를 박듯이 밀수품을 몰래 숨기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백화점’처럼 여러가지 종류의 다양한 물품을 들여오면서 신고되지 않은 밀수품을 섞어 들여오는 방법도 있다.

아예 밀수품을 교묘하게 위장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짝퉁 명품가방을 수입하기 위해 대리석으로 박스를 만들어 그 안에 밀수품을 담아 정상적으로 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가구로 사용되는 합판 사이에 밀수품을 숨겨 수입통관을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는 중국산 인삼 300억원 상당을 땅콩으로 위장해 밀수입해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비누를 수입해 들여오면서 몇몇 비누 속에 수입 금지품목을 넣어 들여오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 꽃게를 수입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꽃게의 뱃속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으며, 특히 국내 반입이 금지된 뱀을 밀수입하기 위해 뱀의 껍질을 벗겨내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마치 ‘조갯살’인 것처럼 속여 통관하려다 들통난 특이 사례도 있다.
한꺼번에 다양한 물품을 수입하면서 밀수를 시도하는 백화점식 밀수법

최근 부산항을 거쳐가는 환적화물의 감시가 약한 것을 틈타 컨테이너를 통째로 바꿔치기한 간큰 밀수범이 수사기관에 의해 모두 검거됐다. 1년 이상 같은 방법으로 중국산 짝퉁 명품을 국내로 들여온 일당은 환적화물을 보관하는 보세창고 직원까지 포섭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왔다.

▶가장 오래된 컨테이너는 ‘신체’=밀수에 이용되는 컨테이너는 넓은 의미에선 국경을 넘는 선박과 인간의 신체까지 폭넓다. 밀수품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국경을 넘는 모든 매개체를 이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밀수 현실이다.

최근 인천공항을 통해 금괴를 몰래 가져 나가던 밀수범이 붙잡혔다. 밀수범이 금괴를 숨긴 곳은 신체 중에서 가장 민망한 부위인 ‘항문’이었다. 인천공항세관은 시가 3억원 상당의 금괴 6.25㎏을 항문 속에 숨겨 일본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밀수범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최근 들어 금괴는 주로 일본이나 홍콩ㆍ중국 등으로 밀수출되고 있다. 금의 국제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저렴해 금의 수요가 높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 몰래 가져나가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제작된 금괴운반용 조끼

신체 부위를 하나의 컨테이너로 활용한 밀수는 과거에도 빈번히 일어났다. 국내의 경우 광복 전 압록강 일대에선 중국과의 육상경계에서 금괴 밀수가 성행했다. 당시 20대의 늘씬한 여성을 고용해 은밀한 부위에 특수 제작된 금괴를 숨겨 국경을 넘었다. 여성 신체를 이용한 은밀한 금괴 밀수였기에 일명 ‘에로 밀수’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도 금괴를 항문 안에 숨겨 들여오다 발각된 사례는 상당히 많다. 다만 그 양이 엄청나 감시당국을 당황스럽게 만든 경우가 종종 발생해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감시의 기술=밀수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자 이를 단속하는 세관의 감시 기술도 한층 발달하고 있다. 지난해 개항 135년을 맞은 부산항, 세계 5대 무역항이자 세계 2위 환적항의 명예를 얻었지만 영예 뒤편에는 국내 최대의 밀수 루트라는 불명예도 항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적발된 밀수품 규모는 1조2000억원가량. 이처럼 속이려는 자와 이를 찾아내려는 자 간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부산항을 중심으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활피조개로 위장한 중국산 뱀

부산세관에는 총 64대의 고성능 CCTV를 통해 부상항 구석구석을 감시하는 통합감시센터가 24시간 상시 운영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밀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서다.

또한 무역품이 상대국가에서 선적될 당시의 자료부터 화주와 국내 수입처의 정보까지 첨단 정보체계를 활용해 밀수가 의심되는 컨테이너를 찾아내는 일도 세관의 몫이다. 첨단 정보분석을 통해 의심되는 컨테이너를 분류하고 그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최첨단 엑스레이 투시기도 도입했다. 대당 300억원이 넘는 첨단 투시기는 컨테이너 속 물품 사이에 교묘히 숨겨진 밀수품도 밀도 차이를 구분해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대전=이권형ㆍ부산= 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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