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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등록금에 빠듯한 생활비에… 대학생들 눈물겨운 주거 백태......단칸방 쪼개서…집주인 몰래 시간제 동거
뉴스종합| 2012-01-30 11:14
높은 등록금과 점점 비싸지는 집세에 요즘 대학가에선 ‘쪼개 살고 나눠 사는’ 눈물겨운 주거 백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 사람이 쓰기도 부족한 공간을 2~3명이 나눠 쓰는가 하면, 집주인에게 주거 인원을 속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전세로 얻은 집을 다시 전세로 얻는 이른바 ‘전전세살이’도 인기다.
▶한 명 발 뻗기도 힘든 3평 단칸방 ‘쪼개 살기’=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사는 A(28ㆍ대학생)씨는 3평이 채 되지 않는 단칸방을 학교 친구인 B(27ㆍ대학생)씨와 2년째 함께 쓰고 있다. 침대 하나에 작은 소파가 하나 놓여있다. 컴퓨터를 하기 위해 나란히 앉으면 어깨가 부딪힐 정도다.
침대는 먼저 집에 들어오는 사람 차지다. 늦게 온 사람은 작은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자거나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잔다. 아침이면 좁은 화장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도 벌어진다. 좁고 불편한 잠자리에 개인 원룸을 얻고 싶기도 하지만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과 빠듯한 생활비가 매번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학교 근처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의 원룸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A씨는 “지금 내는 월세로는 요즘 고시원도 못 들어간다. 공간은 좁지만 그나마 몸 누울 수 있는 이곳이라도 감지덕지”라며 “취업을 하면 이 집을 탈출해 번듯한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집주인 눈 속이며 ‘나눠 살기’=서울 행당동에 사는 C(30ㆍ대학생)씨는 ‘유령 주거인’이다. 동갑내기 직장인 친구 D씨가 살고 있는 자취방에 집주인 몰래 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 계약서상으로는 주거인이 1명이지만 사실상 2명이서 나눠 살고 있는 셈이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만원으로 방은 2개다. 이 중 작은 방은 C씨가 살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인 탓에 보증금은 D씨가 전부 부담했다. C씨는 월세 10만원을 내고 있다. 관리비와 수도세는 나눠 낸다. 사실 2명이 살 경우에는 가구당 부여되는 관리비와 수도세가 늘어나지만 계약서상으로는 1인 주거로 돼있는 탓에 1명 비용을 2명이서 나눠 내고 있다. 그 덕에 1인당 매월 5만원 정도를 절약하고 있다.
C씨는 “가끔 집주인이 보일러 등을 확인하러 집에 올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한다. 집주인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다달이 나가는 공과금을 무시할 수 없다”며 “몇 만원 차지만 대학생 입장에선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유학 떠난 친구 전셋집에 다시 세들어 사는 ‘전전세살이’=서울 흑석동에 살고 있는 대학생 E(27ㆍ여)씨는 3개월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친구의 자취방에 세들어 살고 있다. 친구가 어학연수를 떠나 있는 6개월 동안만 머물기로 한 것. 전셋방인 덕에 월세도 필요없다. 수도세 등 관리비 몇 만원만 해결하면 된다.
취업준비생인 E씨가 이른바 전전세살이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겨울방학 때도 지방 소재 공기업 인턴 활동을 떠난 친구의 집에서 3개월 동안 살았다.
그는 “요즘 집주인이 월세보다는 전세, 단기보다는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탓에 집을 구하려면 목돈이 필요하다. 대학생 입장에선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서는 그 돈을 모으기가 불가능하다”며 “그런 면에서 전전세를 찾는 학생이 적지 않다. 아는 사람을 통해 구하거나 학교 게시판 등을 이용해 구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회원 수가 120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직거래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는 개강을 앞두고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이 일 평균 2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쾌적한 환경을 포기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돈을 더 아끼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통하면서까지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선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공동관리비를 사람 인원에 맞춰 부과하는 집주인과 이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 세입자 간 분쟁이 종종 있다”며 “출입문에 있는 CCTV를 속이기 위해 한 집에 사는 두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출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수진·서상범 기자/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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