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윗선의혹 김효재, 기업 돈으로 봉투 꾸렸나
뉴스종합| 2012-01-30 10:38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윗선’과 ‘자금원’을 캔다.

검찰이 사건 윗선으로 김효재(60)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돈봉투 자금의 출처로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등 기업에서 유입된 자금을 사실상 한정짓고 있는 수사 양상이다.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박희태(74) 국회의장을 비롯해 소환조사를받은 전 비서 고명진(41), 측근인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안병용(54ㆍ구속), 회계 담당 함은미(38ㆍ여) 씨 등이 대부분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며 난항을 겪던 수사가 일순 급진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데는 박 의장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의 계좌에 대한 면밀한 추적과 안씨에게 돈을 받았다 거절한 구의원들의 수 차례 참고인 조사가 결정적이었다. 검찰의 끈질긴 수사로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고, 돈봉투는 있는데 자금원은 안보이던’ 안개 국면이 드디어 걷히고 있다.

◆김효재 뒤로 박 의장 보인다=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가 전대 당시 서울 당원협의회 간부들에게 2000만 원을 건네려 한 것과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 원을 보낸 것을 모두 기획ㆍ지시한 인물이 김 수석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별건으로 흐를 뻔하던 2000만원, 3000만원 돈봉투 살포 건을 하나로 다시 합친 효과가 있다.

가뜩이나 물증 확보의 어려움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별건 수사로 집중력이 떨어질 우려가 높던 수사가 나침반을 따라 정방향으로 순항할 수 있게 됐다. 우선 30일 첫소환하는 캠프 총괄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과 세 번째 소환하는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41) 씨에 대한 추궁도 한결 강도를 더하게 됐다.

비록 김 수석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유력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금주중 김 수석을 소환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는 의혹의 정점인 박 의장에 대한 직접 압박이 될 수 있다. 검찰은 김 수석에게 사실관계뿐 아니라 박 의장의 개입 및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캠프 내 역학관계상 김 수석과 박 의장은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관계다.

◆라미드 자금 유입…돈봉투 자금원?=서울지검 공안1부는 당시 박 캠프에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이 회사 문병욱(60) 회장을 30일 불러 조사한다. 전당대회 5개월 전에 문 회장 측이 성격이불분명한 자금 수억원을 박 캠프 내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돈이 안씨가 주려했다는 2000만원, 고씨가 전달했다는 300만원과 관련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이 같이 선거캠프로 기업자금이 유입되는 게 정계 관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으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의장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라미드그룹 계열사인 대지개발 관련 소송에서 수임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지개발이 진행하던 소송 5건에 대해 대법원 기록에는 박 의장이 변호인으로 수임됐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문이 더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당시 전대에서 박 캠프와 선거 공조를 했던 공성진(59) 전 최고위원 캠프간 공동사무실에서 모종의 정황이 있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직을 고수하며 ‘버티기’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박 의장은 왼팔, 오른팔의 소환과 자금 의혹의 정면에 내몰리며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종전대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할 지, 아니면 태도상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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