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얼음 떨어질땐 아찔…걸음마다 목숨건 사투”
뉴스종합| 2012-02-03 11:16
까마득한 30미터 빙벽등반
로프 기대서 한걸음 한걸음…

칼바람 에도 땀이 비오듯
임무완수땐 성취감에 뿌듯

훈련후 먹는 간식 꿀 맛
대원들 모두는 특전사 출신

“얼음 가루가 부서져 시야를 가렸다. 얼굴을 흔들어 얼음가루를 털어냈다. 짧은 순간이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의 높이는 불과 30m. 그러나 끝이 없었다. 꽁꽁 얼어붙은 폭포는 말 그대로 얼음 ‘벽’이었다. 한 줄기 로프에 기대어 왼 손 왼 발, 오른 손 오른 발 조금씩 올라갔다. 아이스 바일(얼음을 찍는 낫처럼 생긴 등산 도구)로 얼음을 찍어내리며 조금씩 올라갔다. 살고 싶었다. 중간 지점에서 오른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부서진 얼음 덩어리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서 와장창 얼음이 산산조각났다. 나도 떨어지면…. 이따금씩 부는 바람은 살을 찢어내는 듯했다. 20m쯤 올라갔을까. 이제 여유롭다. 잠깐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빙벽에 매달려 바라본 운악산. 온통 새하얀 세상이었다. 폭포 밑에서 김영기(41) 대원이 소리친다. ‘속도를 줄이세요, 속도를 줄이세요.’”

지난 2일, 영하 17도, 체감온도 영하 20도. 55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속에 경기도 포천의 해발 500m 운악산 무지개폭포에서는 중앙119구조대(단장 김준규)의 동절기 혹한 훈련이 있었다.

이 훈련에 본지 수습기자인 김영원 기자가 직접 참여했다.

이날 훈련은 빙벽을 타다 조난당한 시민들의 구조를 가정한 상황이다. 이번 훈련은 로프가 엉켜 빙벽에서 오도가도 못하거나, 빙벽을 타다 추락사한 등산객들을 구조하는 훈련이었다.

이날 훈련은 하루종일 진행됐다. 오전 기초 훈련이 끝나고 오후 1시께,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구조팀장의 지시로 5명의 중앙119구조대원들이 빙벽을 타기 위해 준비를 했다. 각자 장비를 챙기고 빙벽의 어느 부분으로 올라갈지 경로를 결정했다.

박혜영 대원(32ㆍ여ㆍ소방령)이 선두에 서서 빙벽을 올라갔다. 아이스 바일과 신발에 설치한 아이젠(스파이크)을 얼음에 꽂으며 한 발짝씩 위로 올라갔다. 약 90m 정도 빙벽의 중간 지점을 오르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자의 눈에는 마치 빙벽 위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구조팀장이 속도를 조금 늦추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본지 김영원(왼쪽) 기자가 지난 2일 경기도 포천 해발 500m 운악산 무지개폭포에서 중앙119구조대의 빙벽 구조 훈련에 참가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이날 119 구조대원들은 하루종일 목숨을 걸고 구조 훈련을 했다. 
                                                                      무지개폭포(포천)=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김영기 대원이 기자에게 로프를 건넸다. “한번 해보시죠.” 기자는 김 대원의 손에 이끌려 빙벽을 올랐다.

처음엔 한 발짝도 떼기 힘들었다. 왼 손, 왼 발, 오른 손, 오른 발. 조금씩 조금씩 빙벽을 올라갔다.

20m쯤 올랐을까. 이젠 여유도 생겼다. 무지개폭포 아래 구조대원들이 보였다. 손도 흔들어 보였다. 그들이 하는 소리도 들렸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30m가량 되는 빙벽 위 등반은 그렇게 끝났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13명의 구조대원 모두는 특전사 출신. 오랜 훈련이 몸에 익은 이들은 추위 따위는 두렵지 않아 보였다.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중앙119구조대 백근흠 팀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살이 찢겨 나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선두에 선 박혜영 대원은 “방심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발걸음 하나 하나가 신경 쓰인다. 하지만 크게 무섭지는 않다”라며 웃어 보였다.

오후 3시께 휴식시간을 맞았다. 구조대원들은 모닥불에 올려져 있는 주전자에 미리 가지고 온 떡을 넣어 떡을 구웠다. 박 대원은 기자에게 떡을 하나 넣어줬다. 그러며 “이 떡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이다”고 했다.

중앙119구조대는 지난달 강원도 영월 서강에서도 동계 수난 훈련을 했다. 30cm 두께의 얼음에 성인 남성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 크기의 구멍 3개를 뚫어 구조 활동 훈련을 했다. 또 중앙119구조대원들은 아이티와 쓰촨성 대지진, 작년 3월 일본 대지진에 투입돼 생존자 수색, 사체 수습 등의 구조활동도 했다.

중앙119구조대원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무지개폭포(포천)=김영원 기자

wone0102@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