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凍土에 부는 IPTV 붐
뉴스종합| 2012-02-06 11:33
러시아 인터넷 사용 증가

가격 인하에 가입자 급증

한국, IT기기 개발 강점

새 전략으로 도전 할 때

러시아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시베리아의 1월은 영하 30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러다 보니 영하 20도면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밖에 나와 뛰어놀 정도다. 한겨울에는 오전 10시 정도에야 해가 뜨고 오후 5시면 지니 정말 긴 겨울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큰 관심사이다.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전통적으로 발레, 오페라, 연극 등의 관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으며, 2000년대부터는 한국과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의 영화관람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겨울나기 방식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IPTV의 등장이다. 러시아의 인터넷 가입자 수는 1600만명 수준이지만, 통상 개인이 아닌 가정마다 인터넷 라인 1개를 사용한다는 점과 1억5000만명인 전체 인구를 3인 가족으로 가정한다면 약 30%의 가정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에는 40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격한 인터넷 사용인구의 증가는 인프라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 특히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종량제 개념으로 인터넷 요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나, 가격이 인하된 월정제 방식이 널리 서비스되면서 인터넷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에는 영화 1~2편을 다운받을 경우 수십만원의 요금이 청구되기도 했다. 필자가 러시아 주재원으로 모스크바에서 근무할 때에는 인터넷 브라우저 환경설정에서 그림 등은 다운되지 않도록 설정해 놓고 인터넷을 이용했을 정도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상상을 초월했었다. 그러나 현재 일반가정에서는 초당 20메가바이트를 지원하는 인터넷의 경우 월 2만~3만원이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 IPTV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빨라진 인터넷 속도와 낮아진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추운 긴 겨울밤에 TV를 시청하며 맥주나 보드카를 마시는 문화에서 공중파를 통해 수신되는 러시아 TV 프로그램보다는 IPTV 등 유료 TV 프로그램이 좀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볼 때 러시아는 인터넷 등 IT서비스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최근의 발전속도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국내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러시아에서 인기리에 판매된다는 기사가 국내 신문을 장식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러시아의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각종 IT기기 개발 및 판매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러시아의 잠재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도전할 시기인 것이다.

이와 같이 러시아가 각종 IT기기의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대두될 날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한국산 셋톱박스, 컨버터 등이 설치된 IPTV를 보고 한국산 스마트폰으로 설날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 형제자매에게 인사드릴 수 있다면 수출을 지원하는 코트라 직원으로서 이보다 더 따뜻한 겨울나기가 어디 있겠는가. 올 한 해 국내 관련업계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 이금하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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