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리스크 관리에 치중

중기 비중 78.7% 역대 최저

대기업 대출은 5년새 3배

은행권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1월말 전체 은행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88.8%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말 78.7%로 급감했다. 2007년부터 한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을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21.3%로 치솟았다.

2007년 1월말 38조원이었던 대기업 대출은 같은해 말 55조원, 2008년말 87조원, 2010년말 96조원, 지난해 11월말 125조원으로 늘어났다. 3배 넘게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5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1월말 잔액은 463조원을 기록했다.

대출금리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2009년 대기업 신규 대출금리는 5.61%, 중소기업은 5.65%였다. 2010년말 대-중소기업 간 금리차이가 0.43%포인트(대기업 5.25%, 중소기업 5.68%)로 벌어지더니, 지난해 말에는 0.57%포인트(대기업 5.42%, 중소기업 5.99%)까지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부실채권 급증으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들이 안전 위주의 대출에 치중한 탓에 대기업 대출이 중소기업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해 1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 BSI는 82로 2009년 5월(82)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7월(88)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지난해 12월 92에서 올해 1월 94로 호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심화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은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을 더 엄격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