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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사건, 박희태냐 김효재냐 총대는?
뉴스종합| 2012-02-10 10:59
새누리당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침내 박희태(74)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60)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 당시 박 전 의장 캠프 내 핵심인사를 전면 포위한 채 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지 무려 37일만이다.

박 전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1) 씨의 입에서 ‘윗선’ 실체에 대한 전격적인 양심고백과 추가 진술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 3인은 가두리 그물망에 포위된 신세다. ‘꼬리자르기’가 통할 상황이 아니다. 결국 스스로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는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등 돌린 입’에 차례차례 걸린 윗선=박 전 의장과 김 수석은 조 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세번째 불려가는 지경에 이른 9일 직전까지도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전면 부인하고 있었다. 전날 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박 전 의장이 9일 사퇴하고, 같은 날 김 수석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백하다는 입장에선 변동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들의 사퇴를 촉발한 고씨와 사건 연루 측근인사들의 입에서 계속적으로 이들을 직접 거론하는 폭탄진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장이 사실을 은폐하라고 종용했다”는 고씨 진술이 10일 추가적으로 확인됐다. 또한 같은 날 정치권에서는 박 전 의장이 전대 직전 1억5000만원 규모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자금을 만들고 캠프에 전달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설 직전 총선 불출마의 변과 이번 의장직 사퇴의 변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며 도의적 책임론만 붙들고 있던 박 의장에게 핵펀치가 날아든 셈이다.

사건 초기부터 여러 정황에서 돈봉투 연루 의혹을 받던 김 수석도 더 버티기 힘든 형국이다. “고승덕(55) 의원에게 돈을 돌려받았다고 보고하자 김 수석이 화를 냈다”는 고씨의 진술이 확인된 데 이어 새누리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김 수석의 당시 보좌관 모씨가 전대 직전 돈봉투를 건넸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앞서 김 수석은 고 의원이 돈을 돌려준 직후 직접 고 의원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문의한 것으로 지목돼 왔다. 또한 구의원들을 시켜 원외 위원장들에게 2000만원을 돌리려고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병용(54) 은평갑 위원장 조사에서는 안 씨가 “돈 봉투를 받은 곳은 내 쪽이 아니라 김 수석쪽 사무실이지 않았느냐”고 얘기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도의적 책임 말고 법적 책임은?=검찰은 캠프 내 재정ㆍ조직을 담당했던 조 수석이 돈봉투의 조성과 지시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두고 곧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제 관심은 박 전 의장과 김 수석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와 수위다.

이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결과가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 수석 소환조사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고명진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만큼 김 수석을 불러 실제 돈 봉투를 돌리라고 한 것이 맞는지, 돌렸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렸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조 수석과 김 수석의 혐의를 구체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자금을 마련해오면 이를 김 수석이 집행하는 방식의 실무 책임을 분담했다는 쪽으로 수사 구도가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최정점인 박 의장이다. 현직 의장 소환이란 정치적 부담은 덜었지만 박 의장이 개입했다는 직접적 진술이나 물증이 없으면 소환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력 진술의 확보로 마지막 부담을 떨쳐냈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박 의장의 사법 처리 여부와 관련해 뚜렷한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조 수석과 김 수석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혐의 입증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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