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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족 잡으려면 트렌드 알아야죠”
뉴스종합| 2012-02-23 11:52
대부분 10대 유행민감·정보력 빨라야

‘先촬영 後출석’수사 인내력도 필수


첫 만남부터 색다르다. 명함을 살펴보니 소속과 이름, 연락처보다도 눈길을 끄는 단어가 있다. 이름 위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폭주왕’ 문구. 서울경찰청 김홍주<사진> 폭주팀장의 별명이다.

김 팀장은 경찰생활 초년병 때부터 강력반 생활만 12년을 거친 베테랑 ‘형사’다. 토막살인부터 조폭이 연루된 수천억대 경제사건까지 처리하면서 웬만한 험악한 상황에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강심장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폭주족을 쫓는 현장에 나설 때면 심호흡을 단단히 한다.

“저도 사람인데 무섭죠. 도망가는 사람은 눈이 없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쫓아가는 사람은 내 안전에, 도망가는 사람 안전도 생각해야 해요. 본이 아니게 검거를 위해 같이 폭주를 하다 보면 가족들 생각이 절로 나죠.”

김 팀장 역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오프로드 오토바이를 즐겨타던 실력자다. 폭주족 저리가라 할 만큼의 실력이지만 오히려 한순간의 실수 혹은 변수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알기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에는 수사기법에 최신 장비를 도입해 안전한 검거체계가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과거에는 폭주 현장에서 경찰이 폭주족을 현행범으로 잡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선 촬영, 후 출석’ 수사로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폭주족 단속에 경찰도 고성능 휴대용 카메라로 장비 고도화를 꾀하는 점이 이채롭다.

폭주족 검거를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이냐 물으니 “정보 입수의 속도와 이들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인내력”이라고 답한다.

순식간에 모여 폭주를 즐기다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폭주족들의 특성상 빠른 정보력은 필수다. 또한 10대가 65%를 차지할 만큼 어린 폭주족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유행을 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강력반보다도 더 많은 잠복근무 때문에 인내력은 기본이다.

최근 잠복에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었다. 바로 나온 대답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다른 잠복과는 달리 현장의 증거를 영상화해야 해서 폭주 현장에서 높은 건물 옥상이나 산기슭에서 카메라를 들고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어야 한다”며 “올겨울에는 정말 추웠다”는 설명이다.

휘하에 2명의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김 팀장은 지난해에만 300명이 넘는 폭주족들을 검거했다. 이미 서울지역 폭주족들 사이에서는 얼굴과 이름까지 알려져 유명 인사가 됐다.

김 팀장은 “2008년 처음 폭주족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서울은 폭주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오히려 최근에는 경기도 일대나 목포 부산 등으로 지방 원정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뜨면 역시 김 팀장도 뜬다. 전국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지방 잠복근무가 많아진 이유다.

가장 보람됐을 때를 물었더니 역시 천상 경찰이다. “한 번 검거했던 10대 폭주족이 주변 다른 폭주 친구들을 선도해 이들을 집단으로 교화시키는 것을 보고 진정한 선도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이래서 경찰할 맛이 난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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