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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밥그릇은 챙기고, 국민밥그릇은 걷어차고…몰염치 18대 국회
뉴스종합| 2012-02-28 10:34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 꼼수를 통해 의석 수를 늘리고, 표를 얻기 위해 시장 원리에 배치되는 카드수수료법(여신전문금융업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고, 표와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저축은행 특별법은 폭탄 돌리기에 여념이 없고,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는 감기약 수퍼판매법(약사법) 처리는 미적대고, 국회 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몸싸움방지법(국회 선진화법)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가 연출한 장면들은 탐욕과 무책임, 담합과 몰염치로 뒤엉킨,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국민의 밥그릇을 걷어찬,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한편의 막장드라마였다.

이날 법사위 의원들은 국회의원 의석 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개정법안이 게리멘더링 위헌소지를 피하기 위해 누더기로 입안됐지만, 웬일인지 법사위 위원들은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반면 처리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할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한다는 모호한 말만 남긴 채 처리를 유예했고, 국민편익과 직결되는 약사법은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아예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다.

소속 의원들은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선거법을 통과시켜서 선거는 치뤄야되지 않겠냐” “약사법은 법사위 상정 전에 본회의가 열리는 바람에 추후에 처리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특별법을 법사위가 자의적으로 처리할 수 없지 않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곳은 법사위만이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폭력국회 방지를 공언한 선진화법은 운영위에서 먼지만 뒤집어 쓴 채 이날도 요지부동이었다. 국방개혁법안(국방위)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정무위)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을 쌓아놓고도 상임위 문을 닫아놓은 곳도 부지기수다.

입법활동의 기본마당인 상임위를 나몰라라한 국회의원들이 웬일인 지 이날 본회의에는 200명 가까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공천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데 아무리 바빠도 지도부에 얼굴 도장은 찍어야지”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치 개혁의 결기를 품고 자랑스레 황금빛 배지를 달았던 18대 국회의원들이 이토록 참담한 길로 빠져드는 모습에 정치 전문가들은 원성과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18대 국회는 이념 대립과 갈등의 진원지로 민생을 외면하며 ‘정치의 몰락’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던 국회” 라며 “특히 300석 의석과 관련해서는 대중들의 정치 불신을 극도로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아직 의원들 중에는 기본이 안 된 사람이 많다. 운동에도 가장 중요한 게 기본기인 것처럼 국회의원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투철한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회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여야 지도부도 마찬가지여서, 4ㆍ11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을 공언했던 여야는 약속이나 한 듯 18대 막장국회의 장본인인 현역의원 재공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게 민주정치인데 정치인들이 제대로 못하면 국민들이 심판해내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면서 “국회의원의 자질을 하나하나 살펴내는 것도 유권자의 능력이고 민주주의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18대 국회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이번 총선을 민주정치 발전의 계기로 이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춘병ㆍ양대근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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