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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인기추락 ‘4년차’ 공식
뉴스종합| 2012-02-29 09:50
다시뽑고 싶은 대통령에 노무현 1위
대선 당시 국정 지지도는 5%대 불과
비수 꽂던 유권자들 지지 아이러니

일부선 5년 단임제 탓 사회적 갈등 되풀이
태풍이 와도 흉년이 와도 대통령에 화살
누구라도 국민불만 떠안아야 하는 운명


5년 대통령 임기가 끝날 즈음엔 어김없이 ‘청와대 터’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고 외치지만 벌써부터 ‘청와대 터’를 놓고 왈가왈부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바닥 수준이고, 혹자들은 ‘가카’라고 조롱한다. ‘청와대 터’ 얘기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 임기 말 인기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은 ‘불편한 진실’이 돼버린 것일까.

잠시 시계를 돌려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만찬에서 한 참석자가 최창조 교수의 저서를 인용하며 “청와대 터가 나빠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해졌다”고 언급했다. 풍수지리가 화제가 된 것은 당연지사. 이 대통령은 물론 반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터는 왕 터입니다. 정말 좋은 데를 잡았어요. 그런데 화기(火氣)가 있다 해서 청계천을 파서 물을 들이고 해태를 설치했다고 해요. 청계천이 덮여 있으면 문제가 생겨서 열고…. 그런데 서양 사람들 풍수지리 토정비결 그런 거 안 따지고도 잘살잖아요.”

‘청와대 터’ 논쟁은 물론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잊혀질 만하면 고개를 내미는 단골 메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때도 그랬고, 이 대통령이 취임하고 2년 뒤인 2010년엔 김승기 대한풍수지리연구원장이 “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청와대 밖에서 해야만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말 불행한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서양 사람들 풍수지리 토정비결 그런 거 안 따지고도 잘살잖아요”라던 이 대통령의 속내는 ‘나는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였다. 하지만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던 이 대통령도 ‘불편한 진실’ 앞에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얼마 전 ‘패널나우’라는 곳에서 다시 투표해도 또 뽑고 싶은 대통령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설문에서 1위로 노 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르고, 이 대통령은 고작 2%밖에 얻지 못했다. 10명중 4명(43%)은 노 전 대통령에게 다시 투표하겠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불과 4년여 전인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 이회창 무소속 후보(15%)를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율(49%)로 당선됐다. 당시 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5% 안팎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이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극도의 반감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이다.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경제를 망쳤다’며 노 전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던 유권자들이 다시 노 전 대통령 편을 든 셈이다.

40여일 앞둔 4ㆍ11 총선의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운명이 얄궂게도 엇갈리고 있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명함에 ‘노무현’만 넣으면 지지율이 6~10%가량 상승하고,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표를 깎아먹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노무현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이 대통령에 대해 ‘돈은 잘 벌지만 자식은 좀 못 챙겼던 아버지상’으로, 노 전 대통령은 ‘돈은 좀 못 벌지만 자식은 잘 챙겼던 아버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이 대통령에 손을 들기는 했지만 ‘자식은 좀 못 챙겼던’이라는 표현엔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참여정부 시절엔 임기 마지막 해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현 정부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두 자릿수는 깨지지 않고 있다”고 애써 말하는 것만 봐도 임기말 인기 없는 대통령의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특히 임기 4년차마다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다. 누구는 ‘권력’의 본질이 그렇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두 번의 세계 경제 위기를 겪은 것치고는 경제에 있어서는 잘한 것 아니냐”며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5년 단임제에서 답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이계 인사들 쪽에서 심심찮게 개헌 논의를 꺼내드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는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지금까지 경험한 대로 되풀이될 것”이라며 “그런 권력투쟁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정치권 혐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이계 핵심으로 당 대변인을 지낸 안형환 의원도 “태풍이 와도, 흉년이 와도 ‘대통령 탓’인 한국적 대통령제의 한계로, 어느 정권이라도 국민의 모든 불만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큰 변화 없이는 이런 ‘스윙 현상’이 5년마다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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