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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들의 귀환! …. 마이클 델이 될 것인가, 제리 양이 될 것인가
뉴스종합| 2012-03-02 09:12
오너 경영인들이 잇따라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내이사로 컴백하는 총수가 나오고, 사장으로 스스로를 내려앉는 오너 부회장도 있다. 권한만 많고 책임은 없던 오너 3세들도 속속 이사진에 들어와 전문경영인들과 경쟁한다.

오너 경영체제 강화는 얼핏 독단 경영, 세습 경영 논란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금 다르다. 상왕 노릇을 하며 섭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면에 나서 책임 경영을 펼치려는 것이다. 오랜 불황 앞에서 미래비전의 리더십, 속전속결 스피드 경영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가 경영책임을 지겠다니 대외 신인도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론 오너십 이양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인수한 현대건설의 사내이사직을 겸임키로 했다.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의 3대 핵심 성장 축인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그룹 측은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인수한 하이닉스의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 회장까지 맡았다. 일부 주주들의 반대를 뚫고 회장에 선임된 직후 그는 “책임지고 하이닉스를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곧바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바삐 오너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 때 워크아웃으로 어려움을 겪던 신원의 박성철 회장도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해 개성공단, 중국 사업 등으로 재기를 이끌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캐논의 오너로,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캐논을 만든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80에 가까운 나이에 경영복귀를 선언해 화제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고 이듬해 4월부터 ‘출근 경영’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165조원 매출에 16조이 넘는 영업이익이라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이끌어냈다. 과감한 투자를 주도해 D램 반도체 최강자,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룹 3세들도 속속 경영 전면에 배치되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1세대가 무에서 유를 창출했고, 2세대가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들에게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부여됐다.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최근 현대제철 사내이사에 선임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그룹 후계자로서 자동차에 이어 철강부문까지 경영 보폭을 넓히며 그룹전반의 장악력을 높일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의 사내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실천 중이다.

LS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도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구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 전반을 관장하게 된다.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은 사장으로 직위를 한 단계 낮췄다. 위기에 처한 그룹을 살리기 위한 초강수였다. 그가 대표이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 3세인 조현아, 조원태 전무도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에 선임돼 책임경영을 수업받고 있다.

물론 오너가의 복귀와 전면배치가 좋은 결과만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은 한번 물러났다가 CEO로 다시 복귀했지만 이사회로 부터 ‘기업 재건에 걸림돌이 된다’는 혹평을 들으며 올 초 다시 물러나야 했다. 그는 200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전격 복귀해 델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델 창업자와 비교된다. 델컴퓨터는 지금 솔루션 회사로 대변환을 꿈꾸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이사의 책임을 축소하는 정관 변경 작업에 나서는 대기업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런 작업들이 자칫 오너 책임경영론의 물타기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마이클 델이 될 것인가, 제리 양이 될 것인가. 오너의 역량과 의지가 바야흐로 시험대에 올랐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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