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진의 힘, 고객 마음을 사로잡다
뉴스종합| 2012-03-05 10:30
신세계, 스타와 사진작가 만남
상품안내없는 파격 광고 눈길

롯데, 고객 쿠폰북 화보 제작
소개 제품 매출 두배로 껑충


“핸드백 38만원, 고등어 3000원”을 외치던 백화점 전단이 조용히 입을 닫았다. 깨알 같은 가격 정보를 속사포로 전달하는 대신, 우아한 패션 화보를 보여 주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전단과 광고가 화려한 화보로 변신한 배경에는 백화점들의 올해 핵심 전략인 ‘비주얼 마케팅’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 한 장으로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끌어내는 ‘비주얼 마케팅’은 전단 노출상품들의 매출을 신장시키며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게 낫다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을 입증하고 있다.

▶패션 잡지 뺨치는 화려한 사진…백화점 전단 맞아?=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고객에게 발송하는 전단과 쿠폰북 등을 패션 잡지에서 볼 법한 화보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매주 주제를 정해 관련 상품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 신학기를 대비한 ‘컬러풀 스타트’라는 주제의 전단에는 다양한 백팩이 소개됐다. 예비부부를 겨냥해 상품기획자(MD)들이 추천하는 예복을 보여주거나 대학교 새내기들에게 어울리는 옷과 액세서리를 함께 배치해 선보이는 코너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2년 전부터 잡지 형태의 전단을 시도하면서 아예 점포마다 전단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 점포마다 타깃 층의 성향에 맞는 주력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전단의 사진이나 구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단에 실리는 사진은 가끔 백화점에 없는 매장이나 상품까지 소개할 정도로 과감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단을 잡지 형태로 바꾼 후에 고객들이 점포마다 전단을 비교해 보고 ‘우리 동네 전단을 더 세련되게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넣을 정도로 관심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세계적인 패션 사진작가 알렉시 루보미르스키와 할리우드 스타 이완 맥그리거를 내세운 파격적인 지면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첫 작품은 중후한 이완 맥그리거의 얼굴과 ‘온리 신세계(only shinsegae)’라는 두 글자로만 화면을 채웠다. 봄 행사 광고는 의상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헤젓고 다니는 두 말괄량이 아가씨의 모습을 담았다. 광고 어디에도 상품행사 안내 문구는 없지만 눈썰미가 있는 소비자들은 모델이 착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놓치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패션 사진작가 알렉시 루보미르스키의‘ 작품’을 지면 광고로 선보이고 있고, 최근 선보인 롯데백화점의 전단은‘ 롯데 봄패션’을 주제로, 봄의 대표적 의류인 트렌치코트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2030부터 4050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의 힘= 백화점 전단의 변신은 ‘비주얼 마케팅’이 올해 백화점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초 롯데가 시선 추적기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고객들은 인쇄물을 볼 때 사진에 집중하는 비율이 75%인 것으로 드러났다. 활자에 집중하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고객과 백화점 사이의 첫 대면인 전단에서 사진이 백화점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백화점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대는 활자보다 사진 등 시각적 요소에 익숙한 세대다. 더불어 50대 중년층은 나이 탓에 시력이 떨어지면서 활자를 읽는 것보다 사진 한 장으로 행사 내용을 가늠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2030부터 4050까지 폭 넓은 고객층의 시선을 사진 한 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비주얼 마케팅’은 즉각적인 매출 신장 효과까지 불러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단에 소개된 상품들은 본점 기준으로 매출이 갑절 늘었다. 지난 1월 26일자 전단에 나왔던 코오롱스포츠의 다운점퍼는 전단에 소개되기 전보다 판매가 갑절 이상 증가했다. 롯데 본점에서는 전단을 들고 특정제품을 찾아 오는 고객들 중 50% 이상이 다른 상품까지 연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현정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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