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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 그 너머를 그려보자
뉴스종합| 2012-03-05 08:20
지난해 9월, 대만 우둔이(吳敦義) 전 행정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에서 매일 한국 드라마가 나온다. 구역질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대만 안방극장을 점령한 한국 드라마에 대한 대만 연예계의 입장을 대변한 발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만 중년 남성의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둔이 전 행정원장은 오는 5월20일이면 대만 부총통에 취임한다.

재작년 12월,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다. 대만에서 반한감정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괜찮으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판정 시비와 삼성의 LCD 가격담합 자진신고 사건으로 대만내 반한감정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나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지만, 마침 집을 나서면서 여섯살 짜리 아들녀석에게 밖에서는 한국말로 떠들지 말라고 입단속을 하던 참이었다. 가끔씩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친절한 대만사람들 마음 한구석에 꿈틀대는 반한감정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대만에서 반한감정 보다는 한류열풍이 훨씬 강력하다.

2011년 연간 8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이 대만 유선방송에서 방영됐다. 슈퍼쥬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한류 아이돌 스타의 대만 공연은 매번 대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배포하는 무가지에는 한국 연예가 소식이 연일 게재된다. 2001년 대만 빠다(八大)방송국에서 이영애 주연의 ‘불꽃’이 히트를 치면서 시작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K-팝(Pop)의 유행으로 한류문화의 소비층도 넓어졌다.

한류가 유행하면서 할인매장에서 한국식품이 늘어나고, 새롭게 생기는 한국식당도 많아졌다. 대만 여성들은 한국 연애인의 메이크업을 따라한다. 한국 패션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도 늘어났다. 아직까지 일본산 자동차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대만에서의 한류가 문화적 유행에서 상품구매로 연결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뭔가 허전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가끔씩 주변 대만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을 목격할 때면 더욱 그런 감상에 빠지곤 한다.

대만에서 아직까지 J-팝(Pop)에 맞춰 군무를 추는 광경을 본 적도 없고, 일본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처럼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만사람들 뇌리 속에 일본은 마냥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아마도 한류의 최종적인 지향점은 열풍이나 열정을 넘어서서 평상심을 유지한 가운데서도 ‘한국은 그냥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얻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한ㆍ중수교 20주년이자 한국이 대만과 단교한지 20년이다. 한국소식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대만 언론에서 한ㆍ중수교 20주년 연계 각종 행사를 어떻게 다룰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대만인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20년전 양국간 단교 기억이 응어리져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간 단교 20주년을 계기로 양국간 민간 주도의 교류 확대를 통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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