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미분류
화폭에 담은 겨레의 얼…신명나는 ‘축제’ 속으로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2-03-06 10:06
인송 이태길 화백이 ‘축제’ 한마당을 펼친다. 이 화백은 오는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사간동 소재 금호미술관 전관(4개 층)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간 20여회의 개인전을 열어 온 작가는 최근 제작한 신작과 대표작을 모아 대규모 중간 결산전을 꾸민다. 

이 화백이 ‘축제’라는 명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땅에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던 1990년대 초. 때마침 우리 미술의 얼을 찾아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려던 시기였다. 국전(미술대전) 및 목우회 공모전을 휩쓸며 이름을 날리던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변화를 추구하려 했던 것. 이 같은 시도는 1990년대 잇따라 시행한 만주 및 압록강 답사, 일본여행이 불을 지폈다.

특히 1997년 두 차례에 걸친 압록강 답사여행은 작업의 큰 전환점을 가져다 줬다. 그때 그는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고구려벽화 무용총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곤 민족의 얼을 표현하기 위해 ‘축제’를 떠올렸다.

그는 “그 무렵 아침에 일어나 화폭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리곤 그 원 안에 ‘내 자신’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전까지는 자연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 안에 자연이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내 안에 있는 자연’이란 곧 ‘축제’였다. 그래서 원(圓)으로 우주적 세계를 그리고, 그 안에 춤추는 인물을 그려 넣었다. 겨레의 신명을 ‘축제’로 압축해 낸 것. 이태길의 이런 탐색은 이후로도 끈질기게 이어졌다.  

이태길 作‘ 축제-고향 이야기’

그의 요즘 ‘축제’ 연작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근작에선 원무 대신 해와 달이 등장한다. 원이 있던 자리에는 연화, 육각, 마름모가 들어섰다. 이것들의 안과 밖으론 힘차게 뻗는 군무가 설정됐다. 배경에는 학문, 운문, 모란문이 곁들여지고 채색은 전통색인 오간색(적황흑백녹)이 사용됐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씨는 “이태길의 근작은 한 폭의 ‘조곡’(組曲)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조곡은 축제의 조곡으로 고단한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고 평했다. 이태길은 우리 겨레의 고통과 고독, 갈등과 좌절이 ‘축제’를 통해 씻기길 기원한다. 현대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전통의 길상(吉祥)을 화폭에 담는 것. 학과 여인, 일월과 구름,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된 그의 세계는 우리 민족이 꿈꾸는 유토피아, 바로 그것이다. (02) 720-511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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