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의 퇴장…명예 8선?
뉴스종합| 2012-03-22 09:42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앞선다고 믿으며 살아온 만큼 연장자이고 정치경력이 앞서는 제가 물러서는 것이 옳다”

조순형(77) 자유선진당 의원의 사퇴의 변(辯)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의 표현대로 “7선에 이르는 의정생활과 3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순간 치고는 너무 담담했고 깔끔했다.

공천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숱하게 목도했던 울분에 찬 기자회견도, 그리고 울먹임도 없었다. 심심함 마저 느껴지는 보도자료 한 장이 그의 퇴장을 알렸을 뿐이다. 고령의 나이가 무색하리 만치 거친 말을 쏟아내며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고,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정치를 비판했던 것 치고는 쓸쓸함 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사퇴의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했다. “중구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이고 도리가 아니며 저의 출마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는 대목에선 예전 ‘미스터 쓴소리’의 자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서울의 중심에서 3당 대결구도를 형성해 제3당 진출의 계기로 삼고자 했지만, 정치가문 2세 정치인들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결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의 사퇴가 선거의 핵(核)인 인물과 정책의 대결이 실종된 오늘날 정치판에 대한 경고로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인’(후보)은 보이지 않고 ‘집’(당)만 보이는 정치현실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국회가 몸싸움으로 진흙탕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당시 한 초선의원은 “조 의원 만큼 무서운 어른은 없다. 그 앞에선 거들먹거릴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정치판의 ‘어른’을 자처했던 그로선 동고동락한 친구의 아들과 맞붙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1960년 제4대 대통령 후보였던 고(故) 조병옥 전 의원의 아들이다. 같은 지역에 출마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는 고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고 정호준 민주통합당 후보는 고 정일형 전 의원의 손자이자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이다. 얽히고 설킨 인연의 고리가 그의 30여년에 이르는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한 셈이다.

조 의원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민주통합당 정 후보의 조부와 저의 선친은 함께 항일 독립투쟁, 대한민국 건국,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국가 지도자였고, 저도 정 후보의 부친과는 야당 동지와 동료 의원으로 동고동락한 사이였다”며 연장자인 그가 물러서는 것이 옳다고 했다.

사촌끼리 칼날을 들이대고 피를 나눈 형제끼리 서로의 목을 조르는 현 정치판을 떠올리면 그의 퇴장은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낯설음은 정상(正常 )에 대한 목마름일지도 모른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명예 8선의원. 물러설 때를 아는 경륜의 혜안. 아름다운 퇴장에 숙연해집니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선거판에 뛰어들은 모두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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