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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게임’에 새우등 터진 KPGA선수들
엔터테인먼트| 2012-03-30 11:19
식솔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 곳간 열쇠 다툼만 벌이는 바람에 집안이 만신창이가 됐다.
KPGA(한국프로골프협회)가 회장 자리를 두고 볼썽사나운 모양새로 벌여온 ‘파워게임’을 가까스로 매듭지었다. 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시즌은 암담하기만 하다.
KPGA는 29일 정기총회를 갖고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추대하고, 올시즌 투어일정을 발표했다.
KPGA는 지난 4개월간 ‘사고뭉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파행을 거듭했고, 파벌 싸움으로 난맥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회장 선거에서 이명하 회장이 당선된 게 시발점이었다. 올 생각도 없다는 풍산그룹 류진 회장을 데려오겠다는 공약에 회원들은 최상호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이명하 후보에게 던졌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공약을 지키기는 커녕, 3개월 가까이 한 일이라곤 기존 사무국 직원 해고하고, 자신의 개인업무를 본 것이 전부다. 이 회장이 데려다놓은 임원은 두달여 동안 수천만원을 탕진하고 다녔고, 결국 반발한 반대파 원로들이 협회를 점거해 출근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전윤철 감사원장을 추대키로 한 이사회는 무효”를 외치는 모습은 협회를 이끄는 수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총회가 끝난 후 발표한 일정도 가관이다. 전후반기에 열리는 대회는 각 8개씩 16개라고 밝혔지만, 스폰서도 장소도 없는 ‘00오픈’이라는 유령대회 2개가 끼어있다. ‘추진중’이라지만 누구와 얼마나 얘기가 진척됐다는 설명도 없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가될 판이다. 지난해 대회중 4개가 사라졌고, 한국오픈, 매경오픈 등 총상금 10억원 짜리 대회는 모두 원아시아투어 대회로 한국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쿼터는 70장 내외다. 아시안투어와 공동개최하는 대회 2개 역시 상위권 선수만 나설 수 있다. 이벤트대회인 한일 국가대항전까지 빼고나면, 일반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대회는 한손에 꼽을 정도다. 피말리는 Q스쿨을 통과해, 구슬땀을 흘리고 동계훈련을 하고 왔는데 정작 뛸 대회는 없다. 상금을 획득해 스폰서도 구하고 생활도 해야하는 선수들로서는 생계가 막막한 처지다. 선수들로서는 기업인 회장을 영입하고, 대회를 잔뜩 늘려주겠다는 이 회장의 공약(空約)을 순진하게 믿은 죄로 고통스런 2012년 시즌을 보내게 됐다.
협회는 선수와, 스폰서, 팬이 주인이다. 회장은 이를 잘 조율하는 자리이지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김성진 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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