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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에서 ‘건축학개론’까지 3040세대의 청춘시절이 스크린을 매혹하다
엔터테인먼트| 2012-04-02 09:55

요새 40대 직장인 남성들이 갖는 술자리에선 영화 ‘건축학개론’이 으뜸 안주거리다. “딱 내 얘기”라며 “내가 사랑했던 여자도 그랬다”고 누가 운을 떼면 “나는 어땠는 줄 알아? 우린 춘천가서 말이지…”라며 또 다른 누군가가 말을 받는다. 

첫사랑의 실패에 대한 자괴감을 속어로 표현한 영화 속 대사를 빌자면 “내가 만난 쌍X들”의 연대기부터 대학 신입생 시절의 수업과 엠티, 한강 지류의 어느 기차역에서 있었던 데이트까지 옛 사랑의 추억담도 줄을 잇는다. 

십수년 후 다시 만난 대학 신입생 시절의 두 남녀 이야기를 다룬 ‘건축학개론’이 입에서 입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새봄 극장가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 22일 개봉해 2주 연속 주말흥행순위 1위에 오르며 지난 1일까지 누적관객 160만명을 돌파했다. 입소문의 진원지로는 단연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남녀 관객들이 꼽힌다. 90년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한 극중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들이다. 


요즘 한국영화에서 3040세대의 옛 시절, 1980~90년대의 풍경을 다룬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작으로 뜨고 있다. 주로 9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이 극중 주인공이다.

‘써니’가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들의 80년대 여고생 시절을 그려 인기를 끌었고, ‘댄싱퀸’의 주인공 황정민과 엄정화는 90~91학번으로 설정됐다. 90년대에 찬란한 20대를 보낸 이들의 정서와 내면의 풍경을 그렸고, 실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당시의 모습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된 작품들이다. 


‘위험한 상견례’ ‘퍼펙트 게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도 장르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의 3040세대들에게 익숙한 영호남 지역감정이라든가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스타, 노태우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등을 다뤘다. 현재 영화의 주소비 연령층인 10대 후반~20대들에겐 낯선 화제들이다.

최근 영화의 흥행견인차로 나선 30대후반~40대 초중반의 세대는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와 386세대 뒤이어 등장했고, 88만원세대보다는 앞선 이들로 ‘잊혀진 세대’, F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현재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에서 주축이다. 감독들도 F세대, 콘텐츠도 F세대의 정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주머니를 여는 관객도 F세대인 한국영화들은 그 증거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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