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알뜰주유소 ‘정부의 꼼수’
뉴스종합| 2012-04-04 11:24
기름값 자체 손보는 대신
임대료 줄여 가격내리기로

“경쟁통해 인하 유도해야”
“주유소 업주만 잡는다”
업계 불만 목소리 고조

정부가 알뜰주유소 기름값 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기름값 자체가 아니라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시장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시범대는 서울시 공영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알뜰주유소.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공 부문인 서울시 땅을 이용하는 만큼 부지 임대료를 최대한 낮춰 기름값 인하에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유소 운영비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40% 정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휘발유 기준 ℓ당 2000원대 주유소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일 현재 서울지역 평균 주유소가격은 2126원이고, 강남과 여의도 등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2300원대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공정경쟁을 위배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만든 이유는 경쟁을 통해 주변 주유소의 기름값을 낮추려는 것”이라며 “기본 운영비를 훨씬 낮춰 놓고 나머지 주유소들에 ‘알뜰주유소 같이 가격을 내려라’고 선도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정부 대책이 유통구조 개선보다 주유소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전모(66) 씨는 “기름값은 잡아야겠는데 대기업인 정유사들은 손대지 못하고 결국 소매업자인 주유소업주들에게 마진을 줄이라는 것 아니냐”며 정부 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들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일반 주유소들은 과당경쟁을 통한 이익률 감소로 폐업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의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1만2906곳으로 지난해 1만2988곳에 비해 82곳이나 줄었다. 주유소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1년 사이 44곳이나 문을 닫았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보다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옳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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