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일단 터뜨리고 보자”..재탕삼탕에 막가파식 폭로 과열
뉴스종합| 2012-04-08 13:02
4ㆍ11총선이 사상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선거 막판 무책임한 폭로전의 수위도 점입가경이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을 ‘시리즈’로 폭로해 온 새누리당은 8일 문재인 후보(부산 사상)와 정세균 후보(서울 종로)에 대해서도 각각 국유지 불법 점유,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민주통합당도 지역 시도당차원 차원에서 상대당 후보들에 대한 논문표절, 금품제공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1000표 이내에서 피말리는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폭로에 여념 없다.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던 각 당 대변인들도 심각한 건망증 환자인 양, 연일 상대당 후보 비난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 같은 ‘묻지마’ 폭로전은 발표 한두 시간 만에 “사실관계 정정”, “취소”라며 스스로 무리수를 인정하는 ‘自爆(자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주 대변인 브리핑 일부를 급히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양천갑의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가 허위 홍보에 가담했다고 밝혔다가 사실관계가 다르자 부랴부랴 취소한 것. 당 지도부가 선거 막판 다급한 마음에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자백한 셈이다.

새누리당도 상대당의 박영선 후보에게 자녀 유학문제를, 심재권 후보 등에게는 병역기피 등을 문제 삼으며 집중포화를 날렸으나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다가 해명된 문제를 재탕삼탕 써먹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례적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중앙당 선대위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총동원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상대 후보 비방으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나왔다. 새누리당이 김용민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도, 그의 막말 동영상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여과 없이 올려놓은 것.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여성 비하와 잔인함 등을 문제 삼으면서 그런 것을 그대로 걸어논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선거 막판 비방, 폭로전은 고소ㆍ고발 공방으로도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것은 176건이다. 이는 18대 총선 전체 고발건수 131건 대비 30%가 늘어난 수치다. 또 수사의뢰는 74건에 달했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인 경고 조치도 825건이나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네거티브 전쟁이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 어려운 정책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폭로전이 더 매력적”이라며 “최근에는 단순한 구전을 넘어 SNS나 특정 성향의 군소 인터넷 매체 등을 활용한 지능적인 수법도 늘어나면서, 그 효과까지 더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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