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잠겼다. 말이 안나왔다. 퉁퉁부은 목은 발성을 허락하지 않았고, 며칠째 누적된 유세 강행군에 몸은 이미 천근. 그래도 지지자들의 함성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달리게 만들었다. 한 대표가 지난 8일 지원에 나선 지역구는 모두 17곳.
한 대표의 이날 첫 유세는 은평갑을에 출마한 이미경 후보와 천호선 후보 지원 유세로 시작됐다. 한 대표는 녹번파출소 앞에 세워진 유세 차량에 올라 두 후보의 손을 번쩍 치켜세웠다. 차량에서 내려와선 인근 지역 상인들과 북한산을 등반하려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한표를 호소했다.
한 대표의 이날 유세 포인트는 바로 투표율이다. “투표를 하면 세상이 바뀝니다”는 그가 이날 가장 많이 발언한 구절이다. 현재 민주당은 투표율이 55% 이상이면 승리를, 이하면 패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율 70% 넘으면 ‘롤리폴리’ 춤 출게요”라고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투표율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다소 잔잔했던 한 대표의 유세가 오후 들어선 부쩍 신이났다.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 탓에 거리 유세에선 인파들이 모여들었고, 한 대표 목소리를 알아듣고 현장까지 뛰어나온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있었다. 바닥 민심이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다. 모여든 인파도 오후들어 부쩍 늘었다. 각 지역구마다 1000명 가까이 모여들었다. 한 대표도 “이기는 지역구에 오면 신이 난다”고 말했다.
‘너도 나중엔 민주당 찍을꺼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8일 강서갑에 출마한 신기남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자리에서 3살짜리 꼬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절정은 민병두 후보가 출마한 동대문을 지역이었다. 오후 8시께 한 대표가 방문한 자리에선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등산 뒤 술을 한잔씩 걸친 등산객들이 신이 나서 민 후보와 한 대표의 율동을 따라하고 ‘한명숙ㆍ민병두’를 연호했다. 주민들 반응도 뜨거웠다. 윤모(67)씨는 “민 후보가 10번 넘게 찾아오길래 이제 그만 찾아와도 된다고 했다. 당신 찍어주겠다고”라고 말했다. 조모(45)씨는 “여당 후보는 말을 함부로 한다. 이제 바꿔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농성중인 전국공무원노조원들을 격려 방문했다. 한 대표는 그들이 덮고 있던 이불을 무릎에 두르고 앉아 약 30분간 그들 얘기를 경청한 뒤 “한국노총과 조직적으로 결합해 노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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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8일 밤 9시께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농성중인 전국공무원노조워들을 격려방문했다. 한 대표는 이들의 농성장에 함께 앉아 현재 상황을 듣고 ‘공무원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