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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데자뷰…심상찮은 조짐들
뉴스종합| 2012-04-12 09:22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데자뷰(déjà vu), 기시감(旣視感)이란 말은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이 있었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물론 현재가 과거는 같을 수 없지만, 과거의 끝이 곧 현재다. 과거가 현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음이 된다.

2011년 3월말 0.31%던 국제금리(3개월 LIBOR)가 5월 하순 0.25%까지 하락했다.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사들였고 코스피는 2200을 넘기도 했다. 그러던 국제금리가 6월부터 7월말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서고 코스피는 2000~2100을 횡보했다. 그리고 8월 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건’이 터지면서 증시는 폭락하는데, 국제금리는 이에 앞서 7월 말부터 상승추세로 바뀌었다. 2011년 12월 하순까지 국제금리는 0.25%에서 0.58%로 급등하고, 외국인의 순매도가 작렬한다. 코스피는 1700초반까지 밀린다.

2011년 12월말 유럽중앙은행(ECB)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를 발표하면서 국제금리의 방향이 내리막으로 바뀌고, 이는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수와 코스피 2000선 회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3월초 0.47%까지 내려선 국제금리가 한 달 넘게 요지부동이다.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를 넘고나니 이번엔 스페인이 문제란다. 돈을 빌려 투자하던 이들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스페인 사태가 진정되지 못하면 국제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코스피는 하락반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유럽 문제는 결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 핌코(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엘-에리안의 말을 빌려보자.

“유럽은 부채문제, 성장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시장불안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전세계 어느 국가도 유럽과 따로 갈 수 없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지역이며, 유럽 은행들은 전세계를 영업무대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삼성전자-자동차 쏠림현상도 꺼림칙하다. 2006~2007년 중국펀드와 인사이트펀드 열풍, 2010~2011 차화정ㆍ자문형랩 열풍의 끝에는 모두 고통의 폭락장이 있었다. ‘줄을 서면 망한다’는 여의도의 법칙이 무서우리만큼 정확히 작동했다. 물론 곪았던 문제가 터지기 전인 당시와 치료단계인 현재는 다르다. 그래도 언제든 코스피 기준 200~300포인트의 조정은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도 미국 고용불안과 유럽 재정문제 재부각으로 글로벌 증시가 단기간에 크게 흔들였다. 쏠림에서 순환매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러기엔 현재 코스피 가격수준은 꽤 높고, 기업들의 이익전망은 시원치 않다.

2007년과 2011년 증시가 최정점에 섰을 때는 국내 유동성이 지수를 견인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각각 주식형펀드와 자문형랩이 주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유동성은 펀드나 랩보다는 ELS 쪽으로 쏠리고 있다. 상승베팅보다는 위험관리수익률에 대한 수요가 더 큰 모습이다.

코스피 중기추세선(60일 이동평균선)이 위협받고 있다. 무너지면 다음은 1930대인 장기추세선(120일선)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는 시점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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