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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겠다”
라이프| 2012-04-17 09:10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4월 초 방송인 김제동 사찰 관련 뉴스가 쏟아졌었다. 정권 심판론 굳히기로 판세를 몰아갈 수 있다고 믿는 진영에게 호재였다. 그러나 김제동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치적 이슈로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는 괴로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늘 진보진영 선두에 서서 정치인보다 더한 뭇매를 맞아온 김제동. 과연 그는 정치적 명망가인가? 투철한 사회운동가인가?

얼마 전 SBS ‘힐링캠프’의 공동MC 이경규 조차 ‘김제동만 안 풀린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췄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만한 발언도 김제동에게 가면 문제가 되고, 화제가 된다. ‘나는 가수다’ 파문 이후, 김제동이 방송에서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소심하게 행동하는 것을 예민한 시청자들은 다 눈치 챘을 것이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권력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왜곡되고 덧씌워지는 상황들을 정작 김제동 자신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 것일까?

김제동이 최근 출간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위즈덤경향)을 통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쏟아내 주목받는다. 그의 웃음 뒤에 숨은 온갖 고민과 인간적인 모습이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엿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서민·약자 팔아서 강자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아니냐, 이중적인 것은 아닐까 하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금 당장 서민의 위치로 가서 살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갚아나가는 길이라고요”

“저는 흔히 말하는 진보 언론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고요. 예를 들면 등록금 투쟁에 관해서도 대학 안 간 20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의 부실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은 사립대학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해서 논쟁하자고 하면 전 모릅니다. 제 생각이나 주관이 있을 뿐이지 전문가들 의견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꼭 묻고 싶은 건 그걸 왜 저한테 묻느냐는 거죠.(웃음) 저는 다만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만 압니다. 다만 너무 비싸니 낮추어달라는 겁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정치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거다”라는 김제동의 발언은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항변이며,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참여 의식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정치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이 참여하고 간섭해야 하는 영역이며, 그렇게 해야 이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금은 제어하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져가는 때다.

그래서 일까?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20만부 이상이 팔린 전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보여준 소통의 감수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천적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인터뷰이들 역시 연대와 화합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이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안철수, 나꼼수 열풍의 김어준,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 진보 교육감으로 늘 보수층의 뭇매를 맞는 곽노현, 정권 교체의 희망으로 떠오른 문재인 등 이번 인터뷰이들은 진보 정신의 최전선에 있는 이슈메이커들이다. 또한 조용필, 조수미, 이효리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명사들, 손예진 하정우 등의 핫한 연예인들의 고민도 흥미롭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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