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장식미술가 김인숙교수,9번째 구슬정원展
라이프| 2012-04-18 10:06
해마다 봄이 되면 ‘구슬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오색의 독특한 장신구들을 선보여온 김인숙 국민대 명예교수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 한라산룸에서 개막돼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김 교수는 녹색 또는 푸르른 옥에 화려하고 풍성한 꽃송이를 곁들인 브로치 등 8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장식미술가인 김인숙 교수의 전시는 금년으로 어느새 9회째를 맞고 있다. 남들은 보석이라 부르며 값을 자꾸 높이려들지만 그는 애써 ‘구슬’로 부르며 보다 많은 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길 즐긴다. 고가의 다이아몬드 보다는 앤틱 청동구슬, 양식진주, 옥, 밀화 등을 즐겨 쓴다. 오래 된 앤틱과 자연석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에, 그만의 독자적인 조형감각을 더해 브로치, 목걸이, 귀걸이를 디자인하는 것. 


김 교수는 ‘인생2막’을 예술가로 바꾼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국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그는 2002년 은퇴와 함께 구슬을 꿰는 구슬공예가가 됐다. “영롱한 유리의 빛깔이 좋아 어려서부터 유리공예품을 사모으기 시작했어요. 파랑 빨강 노랑 녹색 등 갖가지 유리들을 거실에 늘어놓았더니 보는 사람들마다 찬사를 터뜨렸죠. 교수로 재직하며 외국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앤티크 갤러리와 벼룩시장을 빼놓지않고 달려가 구슬과 골동품을 사들이곤 했어요. 영국 미국은 물론 인도 태국 미안야 등 안가본 곳이 없어요. 인도는 열차례도 더 갔을 거예요. 그렇게 모인 게 늘어나며 대학을 퇴임한 후 구슬을 알알이 엮으며 장신구 디자인에 빠져들게 됐어요. 온전히 나만의 행복하고 내밀한 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더없이 황홀하죠”


공예가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김 교수의 작업은 공예가 못지않게 독보적이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미술관, 박물관에서 접한 걸작들과, 앤티크 갤러리 등에서 마주친 낡았지만 멋스런 민속품과 골동품을 대한 경험과 안목이 어느새 그의 구슬 작품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얼리들은 크고 대담하며, 독특한 게 특징이다. 여타 장신구 디자이너들이 혼례 등을 의식해 예쁘게, 아담하게 제작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 한다. 기왕에 장신구를 단다면 올망졸망한 것보다 하나를 달더라도 대담하게, 개성있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그가 만든 장신구를 달고 파티나 모임에 나가는 이들은 "어디서 그런 멋진 장신구를 구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게 된다. 


지난 2003년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가진 그의 첫 구슬작품전(김인숙의 구슬목걸이 이야기)은 당시 디자인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서양적 색감과 동양적 미감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장신구들은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진귀한 원자재값에 비해 작품값 또한 높지않게 책정해 단번에 팔려나갔다.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외국전시 제의가 늘 줄을 잇는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해외의 정관계 유명인사와 그들의 부인 중에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 적지않다. 김 교수는 “한국사람들은 하늘색과 푸른빛을 좋아하고, 서양사람들은 붉은빛과 자주색을 좋아한다”고 귀뜸했다. 그는 전시수익금을 장학금과 종교계 등에 즐겨 쾌척하곤 한다.

김인숙 교수는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성곤 회장의 큰 딸이자,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누나로 성곡미술관 관장도 역임했다. 02)3785-3597 


글, 사진=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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