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햄릿? 돈키호테? 아이젠하워? 안철수의 ‘트릴레마’
뉴스종합| 2012-04-18 11:38
그의 입은 닫혀 있지만
밖에선 대선출마 기정사실화

참여 방법·당선가능성 등
최종결단까지 고민 계속될 듯

민주당 경선 레이스 참여?
제3지대서 막판 단일화?
일부선‘ 킹메이커’한계 전망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여전히 침묵이다. 정치권은 연일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원장은 ‘정치를 해야 하나’, ‘우리 사회의 미꾸라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두 마음이 아직도 교차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출마 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7월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시점까지 정해주며 띄워주는 사람에, 우유부단한 ‘햄릿’으로 평가절하하는 사람까지 정치권은 안 원장의 본심보다는 출마 자체에만 쏠린 모습이다.

정치권이 보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까지 남은 과제는 방법과 당선 가능성으로 정리된다. 이미 등 돌린 새누리당에는 대세론을 굳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군림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대선경선 레이스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제3 지대에서 머물렀다가 막판 야권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등판 방법이다. 1953년 미국 24대 대통령에 당선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선례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18일 “민주당과 안 원장이 힘을 합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에 편입되는 순간, 안 원장의 파괴력이 급속히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그래서 ‘돈키호테형’ 독자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수와 진보로 편가르기 하는 현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인 셈이다. 성공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박근혜, 문재인 등 30~40%대 지지율을 자랑하는 유력 주자가 여야로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권력을 향한 의지도 현재로서는 시빗거리다. 민주당 또는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면, 쟁쟁한 세력을 가진 경쟁자들과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여야 한다. 본선에서는 밥숟가락 숫자까지 검증받아야 하고,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정책마다 자신의 입장을 내야 한다. 정치 경험도, 조언자 그룹도 부족한 안 원장은 험악한 정치판에서 온실 속의 화초다. 

전원책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념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개별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지지도는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탈이념이 장점이면서도 약점이라는 것이다. 과거 박찬종, 고건 같은 유력 대선주자가 본선에서는 추풍낙엽처럼 사라졌던 시행착오를 안 원장 역시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안 원장도 이런 점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그의 한 측근은 “안 원장이 현재 정치ㆍ사회적 현안에 대해 여러분의 조언을 얻고 있고,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한계와 난관을 이겨내기 위한 ‘내공 쌓기’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안 원장이 고민 끝에 ‘킹메이커’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치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형태 가운데 하나”라는 안 원장의 최근 발언에 주목한 것이다. 본인이 예전부터 강조해온 미꾸라지가 됨으로써 실리와 명분, 명예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안 원장의 ‘출마 양보와 지지 선언’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같은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총선에서도 ‘어느 진영에도 합류할 뜻이 없다’고 말했는데, 자기 인기를 안개처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더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안풍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졌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