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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수는 돈자랑이 한창?
부동산| 2012-04-19 10:36
용산역에서 KTX로 2시간 50분
여수~순천 전용도로 개통 등
10조 투입 교통접근성 대폭 높여

일찍이 양식업 발달한 부촌
국내외 투자자 몰려 더 활기
獨바스프사 900억 투자

엑스포 후엔 상업시설 유치
관광단지 개발 로드맵 마련
구도심 지역도 눈여겨 볼 만


서울 용산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2시간50분이면 여수엑스포역 도착,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엑스포 행사장 입구가 보인다. 게이트를 통과하면 너비 30m, 길이 218m의 초대형 천장구조물인 ‘엑스포디지털갤러리’ 속의 흑등고래가 반긴다. 아이들끼리 한곳에 모여 “고래야”하고 크게 소리치니 고개를 돌려 눈웃음까지 보인다. 멀리에선 기네스북에 등재될 세계 최대 파이프 오르간 ‘스카이타워’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고, 행사장 중앙 ‘빅오(Big O)’ 구조물 앞의 무대에서도 쉴 새 없이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오는 5월 12일부터 90일간 열리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의 모습이다.

엑스포 개최일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남도의 아름다운 도시 여수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엑스포 행사장 내 구조물의 공정률이 99%에까지 이른 가운데 여수시 내 전체가 이번 엑스포 행사 덕에 ‘천지개벽’했다는 게 시민들의 하나같은 반응이다. 덕분에 여수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거리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수로 가는 길 넓어졌다= 이 뚫리는 곳에 부동산 투자의 맥도 이어지는 법이다. 여수를 찾는 이들이 불편을 호소해온 교통문제가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크게 개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열악한 교통 접근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10조원가량 투입한 효과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엔 여수엑스포의 핵심 도로망 가운데 하나인 여수~순천 간 자동차전용도로가 개통됐다. 기존의 국도 17호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 길이 뚫리면서 순천에 살면서 여수 산단에 근무하는 이들의 출퇴근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평소 40분 이상, 출퇴근 시간에 많게는 1시간 걸리던 것이 이젠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도로는 오는 26일에 개통될 예정인 총연장 107㎞의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와, 지난해 4월 개통된 순천~완주 간 118㎞의 고속도로도 연결돼 호남권의 타 지역으로 접근성도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0월 개통된 KTX는 수도권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용산역~여수엑스포역 간 운행시간은 3시간30분가량 정도이지만 다음달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3시간 이내 도착도 가능해진다. 엑스포 행사 이후 오동도 인근 일대가 해양 레포츠의 메카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도권 관광객들의 잦은 발길을 이끌 만하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2 여수세계박람회 덕분에 여수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만 10%를 웃돌 정도. 바다 조망이 가능한 지역 주택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고,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5월 여수에 간다면 ‘엑스포도 구경하고 땅도 보고’ 해야 할 듯하다. 사진은 여수엑스포 행사장 전경.

▶여수에서 돈자랑하라= 남 지역에 전해지는 오래된 풍문으로 ‘벌교 가서는 주먹자랑, 순천 가서는 인물자랑, 여수 가서는 돈자랑 하지 말라’고 했다. 일찍이 일제강점기부터 밀수업 종사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여수는, 수산ㆍ양식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데다 산업화 시기 석유화학공업단지 개발에 힘입어 인근 지역 내에서도 소득 수준이 양호한 곳으로 꼽힌다.

이런 특색을 가진 여수이지만 국제적 해양도시로 크게 발돋움할 수 있는 이번 엑스포는 또 다른 기회다. 여수시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 ‘전국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표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계획 및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독일계 바스프 사는 특수 플라스틱 관련 신규사업을 계획하면서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기타 회사들과 함께 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화학도 고기능ㆍ친환경 소재 연구ㆍ개발 등을 위해 여수 공장에 3000억원을 들여 제품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토해양부와 전라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액이 7억1700만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3배에 달한 가운데 90%가 여수, 광양, 순천 등지에 투자가 집중됐다.

제조업 부문의 투자 호황에 힘입어 전남개발공사가 조성 중인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도 지난달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여수지역 곳곳이 새로운 투자처로 꼽히는 모습이다.

▶엑스포 이후도 기대돼= 수엑스포 조직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투자자들이 이번 엑스포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특히 사후 활용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엑스포장 구조물 설계에 있어서부터 사후 철거 대상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는 등 체계적인 사후활용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전시관과 상업시설을 유치하고, 엑스포 관련 기념관 및 컨벤션홀 등으로 활용하는 등 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엑스포장 인근 상권은 엑스포 기간은 물론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덕충동 A공인 관계자는 “엑스포를 계기로 기반시설이 많이 정비되면서 여수 시민들 편의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엔 여수 구도심 인근의 웅천지구에도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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