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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혐의는 쿠데타
뉴스종합| 2012-04-27 09:48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쿠데타 기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전하면서 사건이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통신은 익명의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시라이가 해임 전인 지난달 8일 베이징에서 개회 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결석한 것이 쿠데타를 의심 받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고 전했다.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는 개막식과 폐막식 중간에 지역별, 직능별 분임 토의 내용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서기인 보시라이가 반드시 참석해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그 때 보시라이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충칭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의 동선을 주목하고 있던 외신들은 ‘보시라이 잠적’이라고 기사를 타전했고, 후진타오(胡錦濤) 등 지도부는 사람을 보내 그를 베이징으로 데려 왔다고 한다.

보 서기의 쿠데타 기도설은 중국 중앙 지도부가 도청을 이유로 보 서기를 실각시켰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와도 맥을 같이해 신빙성을 더한다.

신문은 보 서기를 낙마시킨 결정적인 도화선은 다름아닌 후진타오 도청이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보 서기의 실각 원인으로 권력남용, 부패, 살인 등이 꼽히고 있지만, 사실은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감시한 게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에서 도청이 광범위하게 가동되고 있지만 당 최고 지도자에 대한 도청은 당을 전복하려는 기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보시라이의 도청행위는 몇년 전 중앙정부가 추진한 국가감시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범죄 소탕과 정치 안정이 표면적인 목적이었다. 랴오닝(遼寧) 성 서기 재직 때부터 시작해 충칭에서도 도청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는 보시라이의 심복이었다가 미국 망명을 시도해 결국 그를 낙마케 한 왕리쥔(王立軍) 전 부시장의 지휘 하에 진행됐다.

결정적으로 왕 전 부시장이 충칭 시 공안국장일 때 시 정법위원회 류광레이(劉光磊) 서기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판공실(대통령비서실 격) 간에 핫라인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장기간 도청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보 서기의 지도부 도청 사실이 위에 알려졌다. 류 서기는 후 주석이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일할 때 심복이었다. 왕 전 부시장의 도청사실을 파악한 후 주석 측은 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보 서기가 도청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 없는 처지라고 NYT는 전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의 갈등을 외부에 스스로 공개하는 꼴이 돼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 서기 실각 이후 한껏 달아 올랐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인 사건 등도 외신의 눈을 딴 데로 돌려 도청 사실을 은폐하려는 꼼수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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