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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의 재발견…주거 패러다임의 변화 가속화
부동산| 2012-04-30 09:41
단독주택 몸값 오르고 매물도 품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올해 마흔이 된 직장인 박모씨. 그는 현재 강남 서초구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요즘 틈만 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단독 주택 용지 공급 공고를 유심히 살펴본다. 자녀 한 명을 두고 있는 박씨는 나중에 판교와 같은 서울 근교에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어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아파트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도 박씨의 결심에 한몫했다.

고급 주택의 아이콘이 변하고 있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격이 속절없이 하락하자, 그 자리를 고급 단독주택들이 꿰차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가진 이들이라면 속절없이 내려가는 집값 탓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지만, 이는 정확히 말해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에게 국한되는 얘기라는 게 정설이다.

한때 찬밥 취급을 받던 단독주택은 도리어 화려하게 부활하며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단독주택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매물도 귀해 단독주택 시장은 철저히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어 있다. 곳곳에 매물이 널린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가 없는 귀한 몸이 돼버린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이를 두고 ‘주상복합의 재평가’ 혹은 ‘단독주택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30일 발표한 공시가격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서울은 0.3%, 인천은 2.1%나 하락했다. 경기도는 간신히 1%가 상승했다. 반면 올해 서울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6.2% 올랐다.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는 주택도 두 곳이나 등장했다.

사실 단독주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주택의 9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현재 30대 후반에서 40대 연령대의 대다수는 어린 시절 작은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에 살아본 경험과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후 중산층의 주요 자산증식 수단으로 아파트가 급부상하면서 선호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이처럼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주거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소득이 높아지면서 주거가치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가 대거 등장한 점과 베이미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는데 따른 탈 아파트 현상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간 여유가 많아진 은퇴자들이 거주 편의성보다는 주거 쾌적성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정부가 전세난에 따라 단독주택 공급을 늘리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은 점도 고액 자산가들의 틈새 임대 상품으로의 선호도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5.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단독주택에 대해 층수를 올려주고 가구수 제한을 없애준 바 있다. 1∼2인 가구 증가로 건축주나 세입자 모두 원룸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가구 수 제한 규제의 폐지는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축기술 발전으로 난방과 관리가 불편하다는 단독주택의 단점이 상당 부분 보완된 점도 단독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대거 떨어뜨렸다. 다만, 실거주를 전제로 하지 않고 유행을 쫓듯 투자가치 측면으로 단독주택을 짓거나 구매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삶의 질이 높아지고 주거환경이 중요시되면서 아파트를 대신해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다만, 최근 단독주택 공급이 크게 느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는 만큼 실거주가 아닌 투자가치 측면에서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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