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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vs 리키
엔터테인먼트| 2012-05-08 11:51
유럽 자존심 잇는 매킬로이
미국 스타갈증 채운 파울러

‘황제’우즈 이후 남자골프계
영파워 새 라이벌 구도 재편

2010 신인왕 시절부터 경쟁
이제 최고 흥행카드로 빅뱅


‘로리 vs 리키’ 라이벌 시대의 막이 올랐다.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 북아일랜드의 골프스타 로리 매킬로이(23)가 차세대 골프황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리키 파울러(24)가 등장한 것은 의미있는 사건이다. 타이거 우즈 이후 이렇다할 ‘메이드 인 USA’ 골프스타가 없어 목 말라하던 미국 골프계는 반색을 하고 나섰다.

미국 선수가 세계랭킹 1위를 해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만큼 유럽 골프의 힘에 짓눌려있던 차에 상큼한 유망주가 나왔으니 반가울 수 밖에.

지난 1996년 타이거 우즈가 미 PGA에 데뷔해 신인왕을 거머쥔 이후 세계 골프계는 ‘우즈와 기타 등등의 선수들’ 구도로 짜여졌다. 우즈가 나타나기 전까지만해도 우승컵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선수들은 우즈의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데이비드 듀발, 마크 오메라, 비제이 싱 등이 우즈 왕국의 한 귀퉁이를 허물어 보긴 했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 ‘백인들의 우상’ 필 미켈슨이 무수히 공격을 해봤지만 우즈를 넘어서지 못하는 ‘1인지하 만인지상’에 그쳤다. 

그린 위에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왼쪽부터)북아일랜드의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 우즈의 뒤를 잇는 미국 차세대스타 리키 파울러.

최근 2년여 동안 유럽의 강자들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돌아가며 차지하고 있지만, 우즈 시대를 마감시킬 만큼 강력한 선수는 없었다. 그러다 화끈한 플레이와 뛰어난 기량으로 우즈를 연상시키는 매킬로이가 나타나며 ‘신구 골프황제’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매 대회 롤러코스터를 타고있는 사양길의 우즈와 뜨는 별 매킬로이의 대결은 긴장감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울러가 나타난 것이다.

2010년 신인왕 경쟁에서 파울러가 매킬로이를 꺾을 때부터 두 선수가 PGA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대두됐다. 라이벌이라면 앙숙이 제격이겠지만 둘은 사이도 좋다. 파울러가 웰스 파고 챔피언십 연장에서 우승을 눈 앞에 둔 순간 매킬로이와 웃으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쳐지기도 했다. 우즈와 미켈슨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파울러는 “우리는 좋은 동료다. 나는 매킬로이를 존경하며 그처럼 되고 싶다. 이번 대회처럼 함께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킬로이 역시 “파울러의 경기는 대단했다.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파울러는 이언 폴터(잉글랜드)를 능가하는 개성만점의 패셔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오렌지, 블루, 흰색의 원색 옷과 힙합 스타일의 푸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모자를 쓰고 코스를 누비는 파울러는 항공사진으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독특하다. 모범생 스타일의 매킬로이와는 전혀 다르다. 벤 크레인, 버바 왓슨, 헌터 메이헌과 취미로 4인조 밴드 ‘골프보이즈’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메이저 우승과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매킬로이가 분명 앞서고 있다. 그러나 2년 반만에 우승 가뭄을 해갈한 파울러는 이전보다 공격적이고 화끈한 골프로 매킬로이를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한 존재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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