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갈등 미운 털?…檢 경찰 소환 급증
뉴스종합| 2012-05-11 09:16
차명계좌 발언 조현오 출석
함바비리 연루 강희락 구속
전경기청장 수뢰혐의 조사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법처리되거나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전ㆍ현직 경찰들이 크게 늘고 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고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피고소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같은 날 ‘함바비리’사건으로 검거돼 재판을 받던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역시 함바비리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뇌부뿐만이 아니다. 10일 서울중앙지검은 감찰 단계에서 대상 경찰관들로부터 감찰 무마를 댓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모 전 서울경찰청 감찰계장(2011년 8월 총경 퇴직)을 체포했다. 이 전 총경은 지난 2008년, 논현지구대 소속 경찰관 두 명으로부터 감찰 무마용으로 2900여만원을 받고, 인사청탁 명목으로 이 중 한 명으로부터 1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총경에 뇌물을 준 두 명의 경찰은 모두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속칭 ‘룸살롱 황제’ 이경백과 관련해 체포된 전ㆍ현직 일선 경찰관은 벌써 13명에 달한다. 대구지검 역시 ‘명동 사채왕’ 비리와 관련됐다는 혐의가 있는 경찰관들에 대해 조사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지난 2004년~2006년 검ㆍ경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에는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해외도피 의혹과 관련해 이팔호 전 경찰청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같은 해 부산의 버스조합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박일만 전 부산경찰청장도 불구속 기소 됐으며 2005년에는 김인옥 제주경찰청장이 인사비리로, 한정갑 전 충북지방경찰도 인사압력 의혹과 관련 소환조사를 받았다. 둘은 당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최광식 당시 경찰청 차장(청장 직무대행), 임재식 서울경찰청 차장 등이 검찰에 소환됐다. 최 전 차장은 결국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임 전 차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김인옥 울산경찰청 차장도 같은 해 면허 위조 지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에서부터 경찰과 대립각을 세우면 이상하게 검찰의 경찰 소환이 늘어난다. 이런 수사는 검찰이 경찰 힘을 약하게 하려는 것으로 비쳐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런 의혹을 일축한다. 검찰 관계자는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현직 경찰청장을 소환하면 수사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 미뤄 왔던 것이고, 경찰관 금품상납 수사 역시 관련 증거가 나와서 확대한 것일 뿐이다. 함바비리 역시 법원서 형이 확정되는 등 모두 증거가 충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ㆍ이태형 기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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