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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도박 몰카’ 뒤에 숨겨진 정치적 배경은?
뉴스종합| 2012-05-11 10:04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을 보름 앞두고 ‘도박 몰카’ 동영상으로 조계종단이 발칵 뒤집혔다. 승려들의 밤샘 도박 현장이 찍힌 몰래카메라 파장이 번지면서 사회적 파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박은 승속을 떠나 부도덕한 사회문제’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몰래 카메라가 내부갈등에 따른 정적 제거용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폭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몰래 카메라’라는 비도덕적인 수단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반승가적 행위가 출가승단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충격을 주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된 일=지난달 23일 백양사 방장 수산 스님(3월 7일 입적)을 하루 앞둔 날, 전남 장성 백양사 근처의 관광호텔에 백양사 문중 스님 8명이 모였다. 백양사 측에서 마련해준 방에서 스님들은 밤새 내기 포커를 했다. 일부 스님은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다. 판돈으로 만원짜리, 오만원짜리 지폐가 오가는 것도 포착됐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몰래 카메라에 녹화됐다. 누군가 백양사 문중 스님들이 이 호텔에 묵을 것을 미리 알았고, 이에 앞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손떨림 현상 하나 없는 안정적인 영상은 가구 일부가 렌즈를 가리고 있어 옷장같은 가구 안쪽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위치는 화장실과 출입문 반대편, 카메라의 높이는 방바닥에 앉아서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승려들의 시선과 같은 눈높이에 고정되어 있다. 앉아서 도박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다.

이 동영상을 본 성호 스님은 “수억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며 동영상을 증거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호 스님은 동영상 출처에 대해 “법당에 누군가 놓아두고 간 USB에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다”고 했다.

불법 촬영 동영상은 재판 증거 자료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이를 토대로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촬영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동영상 파문으로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등 부·실장단 6명이 “집행부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10일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백양사 내 파행과 대립= 실제 백양사는 방장과 주지 선임 문제로 그동안 파행과 대립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관계자들은 백양사 주지 선임 문제를 사건의 발단으로 지적하고 있다.

백양사의 최고 어른인 방장 수산 스님은 지난 3월 입적하기 몇 주 전에 후임 주지를 지명하는 유시를 남겼다. 그런데 현 주지는 “방장 스님이 병환이 깊어 말도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기도 어렵다. 어떻게 유시를 남길 수 있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대편에선 방장 스님이 직접 유시에 도장을 찍는 사진까지 공개하며 유시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현 주지 지지그룹과 방장 스님이 지명한 후임 주지 지지그룹 사이에 갈등을 빚어 왔다.

조계종 기획실장 정만 스님은 “방장 스님의 49재도 마치지 않았는데 문중 내 갈등을 빚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49재 이후에 다시 백양사 주지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조계사 주지였던 토진 스님은 백양사 출신이다. 후임 주지로 지명된 진우 스님과 친분이 있다. 반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성호 스님은 현 주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관계자는 “성호 스님은 2009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때 금당사(전북 진안) 주지였다. 당시 자승 스님(현 총무원장)을 음해하는 괴문서가 나돌았다. 추적한 결과 우체국 폐쇄회로TV(CCTV)에 금당사 사무장이 해당 우편물을 부치는 장면이 확인됐다. 이러한 해종 행위 등을 이유로 성호 스님은 조계종에서 제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조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토진 스님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토진 스님을 검찰에 고소했었다. 불교계 관계자는 “백양사의 내분 문제가 도박 사건을 거쳐 종단 차원으로 확산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폭로전의 전조?=불교계는 또 이번 사건이 또 다른 폭로전의 시작일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호 스님 경우처럼 현 조계종 지도부에 반감을 가진 측이 개인 비리 폭로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지도부에 도덕적 상처를 입히려 한다는 관측이다.

또 불교계 일각에선 “현 집행부와 대립한 A스님이 다양한 개인 비리를 모은 문서를 만들어 언론과 접촉 중이다” “성호 스님에게 검찰 기자실을 찾아 폭로하는 방식을 코치한 것이 A스님의 측근인 B씨일 것”이라는 소문도 빠르게 돌고 있다.


j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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