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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법을 봅니다”
뉴스종합| 2012-05-11 11:35
시각장애인 최영(32)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의 재판 모습이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11일 오전 10시께 서울북부지법 701호 민사중법정에 최영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들어오자 법정 내부는 순간 엄숙해졌다. 최 판사는 다른 판사의 도움을 받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이날 재판에 좌배석 판사로 참여한 그는 재판정 오른쪽 자리에 앉은 뒤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었다.

최 판사는 재판과정을 이어폰을 통해 듣고 확인했다. 또 문서가 필요할 때는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재판 진행상황을 파악했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 재판관이 11일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최 판사는 사건 피의자, 피해자 등을 볼 수 없어 이어폰을 꽂고 사건내용을 듣고 있다. 최 판사가 눈으로 채 볼 수없는 진실을 가려 판결 해주기를 기대한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날 재판에서는 주유소 임대차 계약에 대한 전세권 말소 관련 건 등 다섯 건의 선고와 세 건의 변론이 진행됐다.

최 판사의 재판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서울북부지법 측은 “최 판사의 재판업무수행에 대해 많은 국민이 기대와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재판부의 재판 모습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영 판사는 고3 때 점차 시력이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 법대 입학 후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그는 현재 밝기만 구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최 판사는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50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복을 입게 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부터 지원받은 음성변환 프로그램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위해 음성변환 프로그램,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이어폰 없이 음향 청취가 가능하도록 별도의 재판부 지원실도 마련했다.

최 판사는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동료ㆍ선배 법관과 함께 헤쳐나가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좋은 법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성훈ㆍ민상식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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