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故 노무현 전 대통령, 2003)
“광우병 걱정되면 안 먹으면 되지.”(이명박 대통령. 2008)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중은 싫으면 절을 떠나도 되지만, 국민은 대통령이 싫어도 나라를 떠날 수 없다. 소주 한잔, 삼겹살 한조각에 시름을 삼켜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환호와 기대, 반발과 실망 끝에 5년 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동안 총 17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첫 대통령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그 결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첫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본격적인 진보 시대를 연 ‘국민의정부’는 비제도권 정치인이 제도권 정치로 입성하는 계기가 됐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같은 운동권 출신이 서서히 제도권 정치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고, 고졸 출신 인권변호사인 노무현 대통령도 이때 등장했다.
그러나 불법 대북송금 문제를 비롯한 불투명한 정부운영, ‘동교동 정치’로 대표되는 계파정치는 여전히 구태의 표본이었다.
‘삼김(三金)정치’식의 구태에 박한 점수를 준 국민들은 2002년 ‘탈 권위주의’를 내세운 고졸출신 인권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을 택했다. 그는 구태정치 청산과 고질적인 지역감정ㆍ학벌ㆍ빈부격차ㆍ종속적 한미관계 해소를 전면에 내걸었다.
노 대통령의 탈권위주의는 곧 직설적 구어체 화법으로 드러났다.
검찰과의 대화에서 “이쯤되면 막가는거지요?”라는 독설을 날렸고,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자주 외교노선을 지향한 그는 한미관계와 관련, “미국 좀 안 갔다고 반미냐. 반미면 또 어떠냐”, “미국 엉덩이 뒤에 숨지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라거나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 줘도 남는 장사”라는 말을 남겼다. 또 지역주의에 반기를 든 그는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수도이전을 약속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마인드는 인정을 받았지만, 무리한 추진으로 실제 성과는 저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 폭등, 언론개혁 실패, 한나라당 대연정 시도 등은 ‘진보는 곧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 대통령 임기 말 대두한 ‘통합과 경제’라는 시대정신에서 출발했다. 노 대통령의 개혁마인드는 국민을 진보와 보수, 가진자와 빼앗긴자로 양분했다.
일명 ‘강부자’로 불리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2007년 금융위기는 이명박 당시 후보가 내세운 ‘경제 대통령’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물가급등, 언론장악,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사업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잇단 실정은 조기 레임덕과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취임초기 90%를 넘나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월 현재 27.8%(리얼미터)까지 추락했다
다음 대통령 누가 되든 국민들은 또 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국민들은 대통령의 실정을 안주 삼아 생활고를 달랬다. 그러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민의 선택은 정과 반, 다시 합으로 나가며 진일보해왔다.
함성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사는 제왕의 역사였다. 무력이나 돈, 권력을 갖고 군림했다. 이제 막 노무현 정부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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